11일 발표된 정부의 '농업·농촌 지원계획'은 농업정책의 큰 방향이 양적 생산력 강화에서 농업의 급격한 붕괴를 막고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10년간(1992∼2002년) 지원된 62조원보다 2배나 많은 119조원을 직접지불금과 재해보험 규모 확대 등 농가소득 안정에 집중키로 한 것은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농정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농림부 대책의 핵심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개방의 여파로 도태될 영세 농민을 계속 농촌에 남겨두는데 맞춰져 있다. 올해 6,7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직불제 규모를 2008년 2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려 논 직불제, 친환경 직불제, 마을단위 직불제 등 다양한 직불제를 도입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농촌 관광과 향토산업 육성 등을 통해 매년 1억5,000만명의 관광객을 농촌에 유치키로 한 것이나, 고교생 학비를 전액보조하고 건강보험료 경감률을 50%까지 높이는 등 교육·의료복지 분야 지원을 강화한 것도 농촌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정부 대책의 배경에는 국토균형발전과 안보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농촌 지역 인구를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총 인구의 20% 수준으로는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도시 가구의 70% 수준까지 하락한 농가 소득을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일정 수준에서 유지시키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농업인 1인당 소득이 2008년에는 도시 근로자의 104%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쌀 산업의 경우 다수의 고령농이 은퇴하며 내놓은 논을 40∼50대 중장년 농업인이 흡수해 경작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가 "이번 대책은 영세 소농을 농업에서 몰아내는 미봉책으로, 농촌 문제를 도시문제로 바꾸는 것일 뿐 "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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