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기관 인근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경찰이 해당 지역에서의 집회 선점을 유도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서울 종로구의회 김성배 의원은 11일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평소 친분이 있던 종로경찰서 정보과 배모 경장이 전화를 걸어와 '집회 금지 위헌 결정이 났으니 삼청동 총리공관과 감사원 일대에 대한 집회신고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당시 종로서까지 거리가 멀어 배 경장을 통해 대리신청서를 작성했으며, 다음날 오전 결재를 위해 사인까지 돼있던 신청서에 도장만 찍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위헌 결정이 나자마자 당일 가장 먼저 주한미대사관 앞 집회를 신고한 대림산업측도 경찰의 배려로 우선 순위를 차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집회 신고가 폭주하자 종로서측은 신고자들을 민원실에 대기토록 한 뒤 접수증을 차례로 받아 정보2계 사무실을 방문토록 했으나 대림산업측은 접수증도 없이 곧바로 사무실로 올라오도록 해 집회 신고를 받았다는 것. 대림산업은 다음날 집회신고를 취소, 반핵반김국민대회 청년본부와 민주참여네티즌연대가 2007년까지 주한미대사관 일대 집회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종로서 관계자는 "주민들이 집회와 시위로 인한 소음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직원이 구의원에게 집회신고를 부탁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한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이날 특정 장소의 장기간 집회 선점을 방지하기 위해 10일 이전에는 집회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집회 장소 인근 학교와 병원을 위한 소음규제, 집회 및 시위 구역의 합리적 구획 제한, 집회 및 시위에 아동 참여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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