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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운동]반경 2km내 도심공동체 마포두레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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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운동]반경 2km내 도심공동체 마포두레생협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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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에는 부슬비가 뿌리는데도 어른 아이 200여명이 모였다. 나무 사이에는 커다란 천이 걸렸는데 '성미산 배수지공사중단! 승리축하 마을잔치'라고 크게 써있다. 성산동 망원동 동교동 서교동에 둘러싸인 이 자그마한 동네 언덕에 서울시가 배수지를 만들고 아파트 신축허가를 내주겠다고 한 데 대해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2년 가까이 끌어온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 성공, 서울시가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동네잔치 자리이다. 낮에는 주부와 어린이들이, 밤에는 남편들이 생업을 포기하다시피한 채 잠도 자지 않고, 때로는 용역들에게 맞아가면서 지켜낸 산이었다. 길놀이가 끝나고 성미산 개발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대책위원인 구창복(42·감정평가사)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2년전에 이 자리가 있을 줄 다 알고 하셨죠?" "예!" 주민들이 화답한다.

"2년전에 성미산과 한 약속 기억하십니까?"

"예!"

"다시 한번 해봅시다."

"성미산아, 걱정 마라. 우리가 꼭 지켜줄게." 사람들의 목소리가 산으로 멀리 퍼져나간다.

마을잔치에 음식이 빠질소냐. 막걸리 돼지고기 김치 시루떡이 돌아가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유기농 과자가 준비됐다. 대여섯살 된 아이들 셋이 몰려와서는 손이 잰 아이가 과자봉투를 받아 들고 먼저 빠져나가자 막걸리잔을 든 노인 한 분이 "나눠먹어. 싸우지 말고" 한다. 아이들 셋이 입을 모아 "네"하고 구순하게 대답한다. 거참 신기하다. 서울에 아이들의 몸가짐을 바로잡아주는 어른이 있고,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어린이들이 있는 동네가 있다.

성미산을 둘러싼 성산동에서 합정동에 이르는 반경 2㎞의 이 지역을 고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문 닫으면 남'이 되는 서울에서 이들에겐 골목을 지나면 안부 묻는 친구들이 가득하고 밤이면 마실 나갈 이웃집이 있다. 이들이 바로 반경 2㎞이내 도심공동체를 지향하는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의 회원들이다.

마포두레생협은 생활재 공동구매를 통해 유기농을 지원하고 산지직거래 활동을 펴는 생활협동조합. 생협은 많지만 마포두레생협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점이 특별하다.

현재 조합원은 531가구. 이들이 하는 가장 큰 일은 먹거리 공동구매이지만 조합을 통해 문화활동도 즐길 수 있다. 요가 태껸 풍물놀이처럼 강사를 모셔놓고 하는 특강이 있는가 하면 책읽는 모임, 부모교육모임처럼 동아리활동도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문화활동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세내고 여기에 작은 도서관도 만들었다. 보통 태껸이나 요가 같은 강좌를 외부에서 받으려면 8만∼9만원이 든다지만 조합원들은 4만원 이내서 이런 강의를 듣고 아이들에게도 시킬 수가 있다. 강사도 조합원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학교 프로그램도 다양하며 방학이면 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캠프가 열린다. 또 조합원인 변호사가 무료로 여는 법률상담교실도 매주 열린다.

마포두레생협의 이 같은 활동이 알려지면서 조합에 가입하겠다며 지역 너머에서도 연락이 오지만 "반경 2㎞가 넘는 지역은 거절하고 있다"고 생협 상무 구교선(41)씨는 밝힌다.

왜 하필 2㎞일까. 이 조합 이사장인 박흥섭(42·전국생협 대학생협 특별위원회 사무국장)씨는 "걸어서 쉽게 왕래가 가능한 거리, 학교 다니고 시장 다니면서 서로 잘 아는 관계가 가능한 거리가 이 정도"라며 "이는 생활 속에서 교육문제와 환경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범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마포두레생협은 성미산을 살려낸 일 말고도 마포구에 자전거 도로를 늘려달라는 청원도 계속하고 있다. 자전거타기 대행진도 했고 최근에는 학부모와 자녀들이 자전거여행도 다녀왔다. 조합원들이 성산동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김장을 담가주기도 한다.

마포두레생협의 모태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94년에는 연남동에 '우리 어린이집'(97년에 성산동으로 이사)이, 95년에는 성산동에 '날으는 어린이집'이 만들어진 데 이어 초등학생을 위한 '도토리 방과후교실' '풀잎새 방과후교실'이 잇달아 생겨났다. 이곳에 마당있는 집들이 많고 집값이 서울에서 비교적 싼데다 성미산이라는 자연학습터가 있다보니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만들기엔 딱이었다.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공동육아어린이집과 방과후교실을 졸업하게 된 최초의 조합원들이 계속 여기서 살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생활협동조합이다. 출판사에 근무하다 생협 상근자로 나선 구교선씨는 "이곳에 아이들이 살기좋은 고향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조합원들이 뜻을 모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생활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2000년 봄에 준비모임을 가진 이들은 2001년 2월 마포두레생협을 정식으로 창립했다. 최초의 공동구매량이 월 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000만원이나 될 정도로 조합도 커졌다. 올 9월에는 매장 겸 사무실도 열었다. 97년부터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던 구씨의 여섯 살 아홉 살 짜리 아이들은 이제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아이들이 동네를 구석구석 누비며 잘도 놀고 있고 또래친구들이 많으니 정말 좋다"고 말한다.

마포두레생협의 불문율은 '말 꺼낸 사람이 한다'이다. 자생적인 모임답게 모든 활동도 자발적이다. 그래서 몇이 어울려 새로운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말을 꺼낸 사람이 실천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생겨난 것이 반찬가게 '동네부엌'이다. 이 말을 꺼낸 사람은 조합원인 김효진(41·교육공예가)씨. "작년초에 텔레비전에서 육식과 대량축산,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을 고발한 '잘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채식과 자연식을 하고 싶지만 맞벌이주부들이야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쉽게 외식을 하거나 고기를 구워먹게 되고 인스턴트 식품을 쓰거든요. 그래서 마포두레생협이 파는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해서 맞벌이를 위한 반찬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지요." 그렇게 해서 작년 5월에 생겨난 '동네부엌'은 이용자가 28가구에서 1년 사이 50가구로 늘었다. 한 달에 7만원을 내면 두 가지 반찬을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만큼 격일로 배달해준다. 모두 유기농재료를 이용한 '슬로푸드'다.

마포두레생협은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대안학교도 만들고 있다.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시의 배수지 건설 계획이 낡은 자료에 의거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지적해내 시가 성미산 배수지 계획을 철회케 한 조합원 권규대(40·변호사)씨는 돌박이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97년 신당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사왔다. 그는 "또래의 학부모들에게서 많이 배운다"며 "이제 성미산도 더 푸르게 가꾸고 동네를 살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차 정비 바가지 걱정 "뚝" 국내 첫 조합형 "성미산 車병원" 문열어

서울 마포구 망원동 397의 17. 성미산 자락에는 파란 간판이 눈에 시리게 들어오는 자동차정비센터가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성미산 차(車)병원'이라고 이름붙인 이곳은 국내 최초의 조합형 자동차정비업소. 올해말까지는 홍보 차원에서 모든 차를 수리·정비하지만 내년부터는 조합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정비업소가 된다.

성미산 차병원의 상임이사인 진상돈(41·마포구 망원동)씨는 "안심하고 자동차를 맡길 곳이 없다는 의견이 많아서 이 같은 조합형 정비업소를 내게 됐다"고 말한다. 자동차 생산업체의 고장처리망이 잘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차가 고장 나면 가까운 정비업소를 찾는 것이 사람들의 관행. 그러나 정비업소에 갔다가 진짜 고장난 곳이 아니라 여러 군데를 고쳐야 하는 바가지를 써본 경험을 여러 사람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정비업소를 만들어 고장난 곳만을 정직하게 고치는 업소를 만들기로 했다.

성미산 차병원의 조합원이 되면 정기적인 점검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자비율에 따라 이익배당도 가능하다.

반경 2㎞내에서 조합원을 구한 마포두레생협과는 달리 성미산 차병원에는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도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차니까 반경이 좀 넓어진다"고 진씨는 설명한다.

성미산 차병원의 구상이 나온 것은 2년전. 공동육아어린이집인 '날으는 어린이집' 조합원으로 전자회사에 다니던 진씨는 5년전 농사를 짓겠다며 낙향을 한 적 있다. 결국 3년만에 그만 두고 다시 마포로 돌아왔는데 그 때 생업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자동차정비업소였다. 그부터 당장 자동차를 고치려고 업소를 찾다 보면 미심쩍은 점이 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년부터 본격화한 성미산살리기 운동은 조합 방식을 찾아내는 통로가 됐다.

남자들끼리 밤마다 모여 산을 지키다보니 추위를 잊기 위해 술자리를 많이 만들었고 술을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차 가진 다른 집 남자들의 고민도 비슷했다. 결국 '날으는 어린이집'의 조합원인 친구 김성섭(41·마포구 망원동)씨가 성미산 차병원 이사장을 맡아 조합원을 모으는데 나섰다. 김씨는 디자인회사 대표로 파란색의 로고와 간판 디자인도 맡았다.

현재 성미산 차병원의 조합원은 110가구. 자본금은 1억2,000만원이다. 정비기술자 2명이 고용돼 있다. 김씨는 "정품만을 쓰며 꼭 고쳐야 할 것만 고치는 정비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307―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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