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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급조된 농업 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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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급조된 농업 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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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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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예산은 3단 로켓이다.'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가 최근 농림부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느끼는 고충을 얘기하며 한 말이다.

예산처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이 방만한 농림 예산을 줄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매년 3단계의 추진력을 얻으며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농민단체와 국회의원 등의 로비로 농림 예산은 8월 부처간 협의에 따른 예산편성, 9월 국무회의 예산안 확정, 11월 국회 예결위 활동 등 3단계를 거칠 때 마다 증액된다.

이 같은 관행은 올해도 마찬가지가 됐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고 농민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자, 농림부가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농민이 359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농민 1인당 3,300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개방으로 붕괴위기에 빠진 농촌을 살리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11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의 사용 계획이 타당성을 결여한 채 급조됐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농림부는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한다면서도, 그 구체적 용처는 연말에나 마련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 계획에 따라 예산을 정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예산에 따라 사업을 짜 맞추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참여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이후에는 연간 집행 규모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 정권의 체면 유지나 이익단체의 압력에 따라 급조된 뒤 낭비된 농림 예산은 그 뒤 국민 경제에 거대한 부실이 됐다. 급조된 계획은 부실을 낳을 수밖에 없고, 그 부실은 농민을 포함한 전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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