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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사모펀드, M&A "신종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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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사모펀드, M&A "신종무기"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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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모(私募) 펀드'가 기업인수합병(M& A) 시장의 '신종무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금강고려화학(KCC)과 현대그룹간 경영권 분쟁사태가 직접적인 계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교묘하게 전주(錢主)의 실체를 위장한 사모펀드에 의해 멀쩡한 기업들이 적대적 M& A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금융당국 사모펀드 실태조사

금융감독원은 11일 현대그룹의 경영권분쟁을 계기로 사모펀드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일자 투신권의 사모펀드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운용상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재벌들의 부당 계열지원이나 내부자금 이동, 지분 위장분산 등에 악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며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사모펀드의 분기보고서를 제출받아 운용상 문제점이 없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왜 주목 받나

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가입자수가 100인 미만으로 제한되는 사적(私的) 펀드로, 실제로는 1인 또는 2∼3인의 소수 수익자로 구성된다. 공모펀드에 적용하고 있는 동일종목 투자제한(10%) 및 동일회사 발행주식투자제한(20%)등의 규제를 받지 않아 사실상 투자자의 '의중'대로 펀드가 운용되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강점 덕분에 2000년 7월 국내 시판이 허용된 이후 투신권을 중심으로 거액 자산가를 겨냥한 사모펀드의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올 들어 11월 현재 국내의 사모펀드 운용규모는 총 59조8,200억원에 펀드수만 1,864개. 지금까지는 채권형 펀드가 주종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주요 증권사마다 프라이빗뱅킹(PB) 상품으로 기본적으로 사모펀드를 취급하는 등 주식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사모펀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달 현재 주식형 사모펀드 설정잔액은 1조8,333억원으로, 금액기준으로 전체 순수 주식형 펀드(9조7,424억원)의 18.8%나 차지할 정도.

적대적 M&A 수단 유리

사모펀드는 투자한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펀드자산을 특정 종목을 사들이는데 모두 투입할 수도 있다. 운영주체인 금융기관이 특정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사후에 공시하도록 한 규정(5%룰)만 지킨다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특정기업에 대해 적대적 M& A를 시도할 경우 사모펀드는 매우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확보를 위해 사모펀드를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얼굴 없는 전주' 1인의 전유물로 전락할 경우 폐해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차제에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금융계 관계자는 "펀드 가입자의 신원이 철저히 가려지다 보니 사모펀드가 적대적 M& A는 물론 기업의 출자내역을 은폐하는 수단 등으로 악용될 우려도 크다"며 수익자가 1인인 단독사모펀드의 설립을 제한하는 등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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