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에서 통과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에 대해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은 정치권의 일방적 특검 추진에 대한 강력한 반발로 풀이된다. 더욱이 헌법상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간에 이뤄지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내겠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결과에 따라서는 '특검 효력 정지'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어 향후 큰 파장이 예상된다.검찰은 이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한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법적인 논리에서 특검을 봐야 하며 이번 기회에 입법만 하면 특검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권한 있는 기관에게 가이드라인을 받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특검은 행정권에 대한 제약이 되기 때문에 최고기관의 '교통정리'를 받아보자는 의미이다.
검찰은 특히 특검법안이 수사 대상으로 삼은 3개 사건 가운데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최씨 관련 비리 사건의 경우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의 사건과 달리, 대검 중수부에서 한창 진행 중인 수사 사안과 특검 수사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최씨 사건에 대한 야당의 특검 발동 배경에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의 초점이 한나라당 측으로 기우는 듯한 인상을 주자 수사팀 견제 차원에서 최씨 사건을 특검 도마 위에 올렸다고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차라리 모든 정치 사건은 특검이 맡으라"는 반발 기류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법무부도 "수사 진행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 통과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를 검토해보겠다"고 측면 지원하는 등 검찰을 거들고 나서 정치권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검찰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함께 신청을 검토중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할 경우, 특검법은 당장 효력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지금까지 헌재 결정이 내려진 권한쟁의 사건은 모두 15건으로 이 가운데 인용된 사건은 2건이며 나머지는 기각 5건, 각하 6건, 취하 2건 등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 권한쟁의심판제도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할 경우 헌재가 이를 심판하는 제도이다. 각 기관에 주어진 권한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질서유지를 통해 국가기능의 수행을 원활히 하고 권력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다툼이 발생한 지 180일 이내에 해야 하며, 가처분신청도 할 수 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심판대상이 된 피청구기관의 처분의 효력은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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