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에 비해 4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들이 사상 최대치인 12조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공격적인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지배력이 갈수록 커져 고배당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외국인에 의한 기업사냥식 인수합병(M&A)이 빈발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외국인 지분 많은 상장사만 44개사
증권거래소는 461개 상장법인의 7일 현재 최대주주와 외국인 지분율을 비교한 결과, 외국인의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 보다 많은 법인이 지난해 30개사에서 44개사로 46.67%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22개사는 제외됐다.
외국인 지분율과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기업은 국민은행으로 외국인과 최대 주주인 정부의 지분율이 각각 72.72%와 9.10%로 차이가 63.62%포인트에 달했다. 다음은 포스코(포항공대 3.77%, 외국인 65.02%, 차이 61.25%포인트) 삼성전자(이건희 14.33%, 외국인 58.57%, 차이 44.24%포인트) 현대산업개발(정몽규 17.02%, 외국인 58.29%, 차이 41.27%포인트) 삼성물산(삼성SDI 8.31%, 외국인 37.77%, 차이 29.46%포인트)의 순이었다.
외국인 지배력 더욱 강화할 듯
외국인의 지분 매수는 국내 대표 기업들에 집중됐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투자 열기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LG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MSCI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이머징 국가 중에서 한국은 상대적인 시장 비중이 19.4%로 가장 높으면서도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이 25%로 다른 국가들의 평균 34%선에 못 미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추가 매집을 전망했다.
특히 최근들어 외국인의 매수가 전기전자업종에서 조선과 운송, 자동차 등 산업재와 경기관련 소비재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국내 기업 지배력 강화는 앞으로 전 업종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M&A 시도 등 부작용 경계해야
거래소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외국인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고배당 요구 같은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이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SK(주)와 같은 M&A시도. 대신경제연구소 한태욱 연구원은 STX의 경우 자회사인 STX조선의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로 대주주 지분율이 10%에 불과한 반면 최근 외국인 지분율이 18%로 급증하고 있다며 M&A 가능성을 제기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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