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동북아에 쏠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시야를 동남아까지 포함된 동아시아지역으로 넓히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된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남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며 그리 멀지 않은 이웃이기 때문이다. 또 동아시아 지역협력이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동아시아는 유사이래 문화문명의 한 중심지였지만 과학기술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서구에 압도당하고 그 이념과 제도를 상당부분 수용하게 된다. 모방과 창조를 통해 동아시아는 20세기 후반부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변했고, 다시 21세기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에 서 있다.
그렇지만 협력과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는 갈등과 협력이 상존한다. 그 이유는 동아시아에는 상이한 이념, 제도 및 경제수준을 가진 국가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남아와 동북아를 묶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3(한중일)' 지역대화체가 있어 나름대로 협력을 증진하고 불신·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로 동남아의 아세안 10개국을 매개로 동북아도 같이 대화체에 참여하는 형상이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이 지역전체를 포괄하는 제도화된 지역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다자 지역 기구체제에서는 주도적 지위 확보가 쉽지않다고 판단, 오히려 양자체제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다자간 지역기구 창설에 소극적이다.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중국이나 일본이 주도적으로 만드는 지역기구를 꺼려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세안+3 정상회의의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12월에 서울에서 동아시아포럼(EAF)을 창설한다. 동아시아 13개국 산·관·학 대표들이 참여하는데 각국에 일종의 포럼 연락사무소(NFP)가 설치되었다. 이번 동아시아포럼은 각국 정부 차관급 대표뿐만 아니라 시장(재계)대표 및 시민사회(학계 포함)대표가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 포럼을 통해 우선 아세안+3 정상회의의 여러 협력 사업들의 이행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아시아 경제 및 안보공동체가 조성되면 궁극적으로는 장래 제도화된 지역기구로서 '동아시아공동체'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아세안+3 대화체를 발전시켜 '동아시아 정상회의', '동아시아 각료회의' 및 상설 사무국을 둔 명실상부한 동아시아지역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포럼의 회원국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북한이 이 포럼에 참가,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체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김 우 준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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