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본보가 단독 보도한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측의 기업별 후원금 상세내역은 향후 검찰의 수사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현대자동차 임직원 20명이 개인명의로 민주당에 후원금 6억6,000만원을 낸 것은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측은 "후원금은 임직원 개인이 낸 돈으로 '비자금'과 무관하며 연말정산까지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우리 정치 풍토에서 직장인이 2,000만∼6,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후원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법인 후원금 한도 초과를 피할 목적에서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들이 낸 후원금이 회사 돈일 가능성, 일단 개인 돈으로 낸 뒤 나중에 돌려 받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삼성이 임직원 3명 명의로 제공한 3억원 역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기업의 경우 편법 처리된 후원금의 최종 출처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비자금 수사로 이어지는 고리가 될지 관심이다.
삼성의 경우 블루텍, 크레듀 등 이름도 생소한 벤처 계열사를 중심으로 후원금 납부가 이뤄진 점이 특이하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들은 리스트에서 빠졌는데 이들 회사의 경우 이미 법정 후원금 한도를 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이 규정한 법인의 연간 후원금 한도는 2억5,000만원이고 한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돈은 2억원이다. 즉 어느 한 정당에 '베팅'할 경우 나머지 정당에 후원할 수 있는 몫은 크게 줄어든다. 나머지 계열사들의 후원금은 후보 단일화 이전 한나라당에 집중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삼성의 후원금 제공 시점은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던 지난해 12월5일이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의 연루로 문제가 된 굿모닝시티의 후원금 1억원이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업무조정국 부국장을 지낸 안일원씨 명의로 올해 1월27일에야 후원금 영수증 처리가 된 것은 별도의 의혹사안으로 분류된다.
한편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지난해 11월25일 개인명의로 민주당에 1,000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은 일종의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 차원'으로 이해되지만 시점이 후보단일화 결정 이틀 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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