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9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화염병 시위로 위태롭게 유지돼 온 집회·시위의 평화가 완전히 깨졌다. 노동자대회를 주관한 민주노총은 경찰의 과잉대응과 강경진압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 신고지역에 관한 약속을 어기고 폭력시위를 벌인 것은 잘못이다. 화염병은 시청 앞을 벗어나 광화문 일대까지 진출하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수많은 화염병이 현장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중앙조직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준비한 바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자체 단속과 점검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화염병과 쇠파이프, 금속 볼트 너트를 이용한 새총 공격에 경찰이 강경하게 맞서 양측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폭력의 결과는 폭력과 증오의 악순환일 뿐이며 폭력성이 부각될수록 얻고자 하는 것은 더 멀어진다. 12일의 총파업, 15일의 범국민대회, 19일 농민대회 등 앞으로 예정된 집회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에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무차별 검문 검색도 하지 않는다는 자율적 집회시위 관리지침을 5월 1일의 전국노동자대회부터 적용해 왔다. 지침은 결국 사문화했지만, 그 취지마저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 경찰이 1998년 9월 이후 중단된 최루탄의 사용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을 때 모든 언론이 비판한 것은 평화적 집회·시위의 정착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화염병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최루탄이 등장하는 명분과 빌미를 주는 것은 분별없는 일이다.
손배소·가압류 문제, 비정규직 문제는 폭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재계, 노동계의 더 진지한 해결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절박함과 정부에 대한 배신감은 이해되지만, 법규와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현안일수록 비폭력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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