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황이 다시 온다 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목숨을 걸고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70대 노인을 구출한 뒤 종적을 감춘 '아름다운 의인(義人)' 박남이(32·사진)씨가 10일 언론의 집요한 추적 끝에 얼굴을 드러낸 뒤 사고 현장인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을 다시 찾았다.
그는 "나 아닌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텐데 쑥스럽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토요 근무를 마치고 양재역에서 3호선을 탄 뒤 충무로역에 내려 4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박씨는 한 할아버지가 선로로 실족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 "할아버지가 의식이 없어 일으켜 세우려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전동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는 승강장으로 밀어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할아버지를 승강장 밑 배수구 구석으로 밀어낸 뒤 자신도 할아버지 몸을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165㎝, 65㎏의 작은 체구인 박씨는 당시 구출해주었던 할아버지 문모(71)씨가 85㎏이나 나가는 거구였다는 말을 듣고는 "조금 힘들긴 했는데 그땐 나도 모르게 힘이 솟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할아버지를 구출한 뒤 경찰관이 간단한 조사를 하면서 "손등이 까졌다"고 말을 해준 뒤에야 자신도 손등을 긁힌 것을 알았다고 했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연락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틀동안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는 박씨는 "유명해지려고 한 일도, 대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니며 나는 모든 면에서 부족한 평범한 청년에 불과하다"고 겸손해 했다.
박씨는 95년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을 중퇴한 후 현재 양재동의 '오딘넷시스템'에서 네트워크관리를 하고 있다. 박씨는 문씨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할아버지가 퇴원하신 줄도 몰랐는데 빨리 쾌차하시길 바란다"며 "부담이 될 것 같아 만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여행이 취미라는 박씨는 "기회가 된다면 세계 각지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고,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꿈"이라며 웃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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