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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순찰지구대 도입 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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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순찰지구대 도입 4개월

입력
200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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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사건이 발생하면 파출소로 바로 달려가곤 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신고해도 예전보다 좀 늦게 오는 거 같기도 하고…." 부산시민 김상계(45·부산 금정구 부곡동)씨."순찰지구대 이름만 보고는 위치를 모르겠다는 주민이 너무 많다. 기존 3∼5개의 파출소 중 대표성을 띤 파출소 이름을 지구대 명칭으로 사용하는 게 어떨까." 전남경찰청 방범과 관계자.

경찰이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근거, 해방 이후 5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파출소 제도 대신 3∼5개 파출소의 인력과 장비를 통합한 '순찰지구대'를 도입한지 4개월이 지났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250여개 일선 서장급 및 방범 담당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순찰지구대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82%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시민들의 순찰지구대 만족도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30%대에 머물렀다.

만족도 지역편차 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양파출소. 순찰지구대 시행으로 3개월 동안 북부지구대 산하 한양치안센터로 낮에만 민원담당관에 배치됐던 이곳은 지난 6일부터 주민들의 치안불안 해소를 위한 특별기동순찰대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력범죄 예방이 주목적인 특별기동순찰대는 신임순경 52명과 순찰차 8대로 강남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살인, 강도, 절도 등 각종 강력 범죄가 집중되는 현상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기동순찰대의 출범은 기존 파출소 대신 순찰지구대로 운영되던 강남경찰서 관내의 방범 예방활동이 사실상 낙제점을 받을 만한 수준이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 동부지구대는 경찰 1인당 담당인구가 91명인 반면 수서경찰서 서부지구대는 1인당 2,545명으로 28배나 차이가 났다. 이 수치는 순찰지구대로는 인구밀집도가 높은 강남의 범죄 예방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내 지역편차가 심각한데도 순찰지구대를 단순히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2분화해 시행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윤시영 방범국장도 "강남경찰서 관내의 경우 순찰지구대 사이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며 "치안 수요에 따라 지구대 숫자를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농촌 주민 불안감은 위험수위

순찰지구대는 대도시나 수도권보다는 농촌 또는 지방 주민들의 반발이 훨씬 더 큰 편이다. 지난달 2일 새벽 1시께 주민 이모(29)씨가 광주 모 치안센터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무집기 등을 파손하는 난동을 부렸다. 민원담당관이 오후 11시 이후 철수하는 치안센터에 외부인 침입을 알려주는 경보장치가 없었던 탓에 경찰은 이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가 주민신고를 받고 뒤늦게 출동했다.

충남 금산군 김모(56·농업)씨는 "그 동안 경찰은 단순 치안업무뿐만 아니라 주민생활의 도우미 역할까지 담당해 왔는데 순찰지구대로 바뀌면서 경찰과 주민이 멀어지고 있다"며 "도시권은 몰라도 농촌지역은 예전의 파출소로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충남지역 순찰지구대 관계자는 "농촌지역의 경우 밤에는 파출소 문이 닫혀 있고 주간에도 1대의 순찰차가 무려 수십㎞ 이상을 관할, 신속한 현장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리적인 특성을 검토해 일부 지역의 경우 종전 파출소 근무 형태의 특수파출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농촌 지역에서는 순찰지구대 시행 이후 범죄발생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경찰서 조사 직전 단계에서 합의되던 사소한 사건들이 곧장 경찰서로 인계되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과의 유대관계가 많이 약해졌다"며 "단순폭력사건도 경찰서 형사계로 넘겨져 업무부담 가중과 함께 전과자 양산이라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찰도 시설부족에 불평

기존 파출소 시설을 순찰지구대로 바꿔 사용하면서 7,8명이 있던 공간에 30여명이 북적이게 됨에 따라 경찰도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부산 시내 A지구대 오모(55) 경사는 "오전 9시와 오후 7시 교대시간에는 직원 수십명이 몰려 지구대가 발 디딜 틈도 없다"며 "심지어 탈의실과 주차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차량을 유료주차장에 주차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시내 순찰지구대 한 경찰관은 "각 지구대에서 사용 중인 순찰차량은 하루 평균 18∼20시간 운행(주행거리 300∼400㎞)으로 고장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신속한 사건 대응을 위해 지구대별로 최소한 예비차량 1대가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 노모(36)씨는 "활용도가 낮은 농촌 지역의 파출소는 학생들의 공부방이나 주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김모(51) 경장은 "파출소 제도와 달리 개인별 담당구역 없이 공동구역으로 나뉘면서 근무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의 90% 이상이 경사 이하로 구성되어 있어 지도감독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파출소는 화석화된 제도?

순찰지구대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청 관계자는 "파출소는 화석화된 제도고, 순찰지구대는 미래의 제도로, 문제점은 개선 가능하다"며 "무엇을 선택할지는 명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도 "파출소 3, 5개에 분산되어 있던 경찰력을 집중함으로써 경찰의 범죄 대응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 사실"이라며 "현 제도를 보완,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종합

강남 잇단 범죄는 파출소 없는 탓? 경찰 "강력사건 되레 감소" 반박

서울 강남지역은 부동산, 사교육 못지않게 각종 '강력 범죄의 1번지'이기도 하다. 순찰지구대가 전면 시행된 8월 이후 강남지역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파출소 제도로의 복귀가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한 순찰지구대는 도심지역 치안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긴 제도이지만 최근 강남지역의 치안부재는 곧 순찰지구대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사실 순찰지구대 시행 직후 범죄 발생률은 전국적으로 약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산 지역의 경우 지난해 7월 813건에 달하던 절도 등 단순범죄 검거실적이 올해 같은 기간(853건)에는 4.7% 정도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순찰지구대 이후 경찰인력의 집중화로 강력사건 대응능력이 향상되면서 강력사건의 7,8월 검거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2∼8%씩 향상됐다고 반박한다. 경찰청 윤시영 방범국장도 "IMF때는 전년도 대비 35% 이상 범죄가 급증했다"면서 "강남지역의 강력사건 집중현상도 IMF 못지않은 최근의 경기불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민들의 체감 지수와는 달리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사건 발생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16.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순찰지구대=강력사건의 원인'이라는 명제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순찰지구대 아래서는 파출소보다 폭 넓은 지역을 자주 순찰 할 수 있다"며 "강남지역의 범죄 빈발은 강남이 부유층의 집결지로 부각되면서 범죄의 타깃이 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표 교수는 "범죄 발생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범죄에 대해 느끼는 공포심"이라며 "경찰의 방범활동의 문제점에 대해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순찰지구대 추진 일지

4월22일 파출소 제도개선팀 편성 운영

5월9일 지역경찰 혁신관련 토론회

5월13일 기본계획 수립

6월1일 전국 2개 지방청, 40개 경찰서 시범운영

7월10일 3급지 경찰서 10개서 농촌형 순찰지구대 시범추가

8월1일 전 지방청·경찰서 예비운영

10월15일 2,944개 파출소, 863개 순찰지구대, 184개 특별파출소 등 지역경찰제 전면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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