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일하던 공단들이 텅 비고 있다. 16일부터 본격화할 정부 단속을 피해 불법체류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강제출국대상 불법체류자 11만여명(정부 추산) 가운데 10일 현재 자진출국한 외국인은 1만여명에 불과하다. 자진출국 시한(15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부에 따르면 이 기간 출국자는 3만여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에 구제받지 못한 체류기간 4년 이상 외국인 및 합법화 등록 신청을 하지 않은 불법체류자 중 상당수가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인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제출국대상 불법체류자들은 요즘 "1∼2개월만 버티면 된다"며 공단 지역을 떠나 정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 지방으로 잠적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지 8년째인 방글라데시인 A(35)씨는 14일 4년간 일해온 인천 부평의 자동차부품제조공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번엔 정부 단속이 강력할 것이므로 사장님이 당분간 일을 쉬라고 했다"는 A씨는 "지방에 2개월 정도 숨어 있다가 오면 괜찮지 않겠냐. 동료들과 함께 지낼 방안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영세업체 사업주들은 합법화 등록 신청이 마감된 지난달 말부터 단속 대상인 불법체류자들을 무더기 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위장 해고자'도 상당수 있다. 경기 시화공단내 A사도 최근 2명을 내보냈다. 이 회사 생산과장은 "불법체류자를 일단 내보낸 뒤 나중에 다시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영환 상담팀장은 "불법체류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고 정부 단속의 타깃이 될 대도시 공단에서 빠져나가 지방 도시나 일반 주택가로 은신하고 있다"며 "정부의 단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우선 외국인 밀집한 공단 및 건설현장을 위주로 16일부터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며 "잠적한 불법체류자들도 1∼2개월이 지나면 현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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