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방송보다 더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KBS 2TV가 공영성 강화를 내건 가을 프로그램 개편 이후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예인들의 말장난이 사라져 "적어도 TV를 보는 동안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정보와 오락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일부 프로그램은 초반부터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등 콘텐츠 빈곤을 드러냈고, 공영성 강화를 지나치게 의식한 때문인지 시청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차분해진 예능 프로그램
가장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은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를 표방한 '대한민국1교시'(화 밤 11시10분). 게시판에는 인기 영어강사가 쉽고 재미있는 영어 공부법을 일러주는 'Yes, I Can', 면접 방법 등 각 분야 노하우를 소개하는 '0.1%의 노하우' 등의 코너에 대해 "영어공부에 자신감을 준 정말 좋은 프로그램"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금 같은 방송" 등 칭찬과 격려의 글이 잇따르고 있고, 공식카페도 생겼다. 시청률도 12.8%로 같은 시간대 선두를 기록했다.
주말 저녁 프로그램의 체질 변화도 눈에 띈다. '스펀지'(토 오후 6시40분)는 실생활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알아두면 좋은 상식을 흥미롭게 소개해 가족이 함께 보기 좋았고, '일요일은 101%'(일 오후 6시20분)의 '꿈의 피라미드' 코너도 구직을 원하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 등 적잖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태호 PD와 이소라가 공동 진행한 '연예가중계'(토 오후 8시50분)는 연예인 스캔들을 다룬 가십성 보도가 사라져 차분하고 참신한 느낌을 주면서 시청률도 전주 12위에서 8위로 뛰었다.
경쟁력은 아직 부족
연예인 말장난, 가학적 벌칙, 낯 뜨거운 댄스, 반말 및 비속어 등은 사라졌지만 개편의 핵심 대상인 주말 저녁시간대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SBS나 MBC 신설 프로그램에 다소 밀린다는 평가가 무성하다. 토요일의 경우 심리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MBC의 '누구 누구'(오후 6시)와 시청자 출제 퀴즈쇼인 SBS의 '창과 방패'(오후 5시)가 신선한 포맷으로 호평을 받은 반면, '스펀지'는 일본 후지TV 프로그램 '트리비아의 샘' 표절 의혹을 불렀다. 또 러시아 현지에서 촬영한 '일요일은 101%'의 '안녕하세요'는 "명절 때 외국인 장기자랑 프로와 다를 게 없다" "어설픈 애국심을 유도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일요일은 101%'는 시청률이 5.7%로, 개편 전 같은 시간대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15%대)의 3분의 1에 그쳐 비상이 걸렸다.
'대한민국1교시'도 '세계의 1교시' 코너에서 중국어는 물론, 기본 영어도 못하는 연예인을 보내는 바람에 세계 각국의 교육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는 기획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KBS의 한 PD는 "공영성 강화가 반짝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려면 프로그램 존폐가 시청률과 광고 판매에 좌우되는 제작시스템, 연예기획사와의 관계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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