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측 대선자금 내역이 10일 본보를 통해 전격 공개되자 정치권에서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시에 불거지고 있다. 특히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측의 해명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 의원측이 그 동안 "후원금 내역을 짜깁기해 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기업들의 후원금은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 지난해 11월25일 이후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정 후보와의 선거운동 공조가 본격화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풍(單風)'의 위력이 입증된 12월초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제공했다. 노-정 단일화 이후 판세를 짐작한 기업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해 돈을 갖다 주었다는 정치권의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은 노 후보측이 기업들로부터 거둔 후원금의 총규모다. 자료에 따르면 SK, LG,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등 5대 그룹에서 받은 돈은 72억원, 동양 동부 삼양 풍산 태평양 등 12개 그룹 및 법인에서 받은 돈은 24억5,000만원으로 총액만 96억5,000만원이다. 이상수 의원이 "법인 및 개인 명의로 74억5,000만원, 온라인 계좌를 통해 중소기업체 등으로부터 24억여원을 거뒀다"고 밝힌 것과 거리가 있다. 이 의원이 "100대 기업을 돌며 후원금을 거뒀다"고 말한 점에 비춰, 나머지 80여개 업체에서 각각 수천만원씩만 거뒀더라도 수십억원의 '+알파'가 더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안상정 부대변인은 "이 의원은 'SK 10억원이 입금된 계좌의 총 후원금이 50억원으로, 두산 풍산 등 다른 기업들의 돈도 포함됐다'고 말했으나, 자료에는 풍산 등이 낸 후원금이 24억5,000만원"이라며 "이것은 차명계좌 등으로 은닉한 모금액이 훨씬 더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한 대기업은 고작 3,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돼 있는데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이 의혹을 갖는 또 다른 대목은 대선 이후의 후원금이다. "T건설이 작년 12월23일 1억원을 기부하고, G사가 올 1월27일 1억원을 제공한 것은 당선 축하금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의원측은 이에 대해 "T사는 온라인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보낸 뒤 '연말 정산용 영수증이 필요하다'고 해 영수증을 뒤늦게 발급해준 것"이라며 "G사 역시 당시 정대철 선대위원장이 후원금을 받아 실무자에게 늦게 전달하면서 영수증 발급 날짜가 늦춰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노 대통령 당선 이전에 후원금을 건넨 점으로 미뤄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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