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 때 함께 덕수궁에 갔다. 큰 아이는 6학년이었고, 작은 아이는 1학년이었다.덕수궁 입구에서부터 작은 아이가 가장 궁금하게 여긴 것은 거기 연못 돌거북 위에 던져진 동전에 대해서였다. 그 돈을 누가 왜 던졌느냐부터 시작해서 저 돈을 누가 가져가느냐, 무얼 하는 데 쓰느냐, 저 돈만 가지면 1년 내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오락을 해도 되겠다는 등 고궁을 돌아 다니는 내내 아이는 앞서 보았던 연못의 동전에 대해서만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고궁에서 화장실 찾기, 이게 또 장난이 아니다. 이때부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옛날 왕들은 똥도 안 싸고 살았느냐, 우리집도 화장실이 두 갠데 왜 이렇게 넓은 집에 집집마다 화장실이 없느냐?
그러고 보니 다른 고궁에서도 건물 한 켠에 붙어 있거나 별채로 지어진 옛날 변소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궁을 개방하면서 허물어 버린 것일까. 그때 똥을 퍼내던 날, 진동하는 똥 냄새 속에 대궐 풍경은 어떠했을까?
그날 아이는 동전에 대해, 아비는 허물어진 변소와 거기에 쌓여 있었을 똥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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