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0일 우여곡절끝에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곳곳에 암초가 산재해 있다.위원회는 내주부터 정부의 제안설명과 수석전문위원의 심사보고를 듣고 본격적인 비준안 심의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농림해양수산위와 재경위에서 농민피해 보상 관련 5개 특별법이 먼저 처리돼야 하는 데다 격앙된 농민단체들까지 설득해야 해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더구나 도시·농촌 의원간 입장차가 첨예하고 농해위와의 합동공청회도 열 가능성이 높아 동의안 처리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안 처리가 신속히 진행되더라도 연말께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비준안은 이날 상정 단계부터 벽에 부딪혔다. 자민련 김종호 의원은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비준안 상정에 반대하며 "위원장이 앞장서서 처리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서정화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한 것 없다"고 응수하면서 의원들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민주당 한화갑 의원은 "오늘 상정 안 한다고 비준이 안되는 것이 아니니 다음에 한다고 선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위원장이 "상정은 위원장 권한인데 상정도 말라면 이런 민주주의가 어디 있느냐"고 나무라자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위원장이라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합의가 어려워지자 한화갑 의원은 "아예 표결 처리하자"고 상정파 의원들을 압박했고 김덕룡 의원 등은 역풍을 우려한 듯 표결을 반대, 정회사태가 빚어졌다. 김 의원이 항의 퇴장한 가운데 표결이 이뤄졌지만 투표 결과는 7 대 7 동수가 됐다. 결국 서 위원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찬성표를 던져 2시간 30여분간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이날 회의장 바깥에는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찾아와 "안건으로 상정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9일 농민들의 집 앞 시위 때문에 집 밖에서 밤을 새웠고, 상당수 의원들도 농민단체의 지구당사무실 방문과 팩스, 이메일 공세, "총선에서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으름장에 전전긍긍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