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이라크 파병 관련 안보관계장관 간담회에서 국방부가 '한 지역을 맡는 적정규모의 파병'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군의 한 관계자는 10일 "국방부는 3,000명, 5,000∼8,000명, 1만명선 등 복수의 파병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으며 이 가운데 독자적인 지휘권을 행사하며 특정 지역의 치안유지와 민사임무를 수행하는 방안(전투병 파병)을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를 비롯한 전투병 파병론자들은 그동안 이라크의 정정불안과 터키 등 다른 국가의 파병 취소 등에 따라 목소리를 낮춰온 게 사실이다. 특히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공병중심의 3,000명 혼성부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뒤에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파병 문제 협의에서 양측의 시각 차가 확인되면서 정부 내 파병론의 무게 중심이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이다.
국방부 등의 주장은 무엇보다 비전투병 중심 파병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공병부대를 늘일 경우 그만큼 많은 경비병력(전투병)이 필요하고, 결국은 미국 전투부대의 보호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라크에서 실제로 공병 수요가 높지 않고, 공병·의료부대를 2,000명 이상 파병하면 국내 군 공사나 진료가 사실상 정지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9월 초 이라크에 다녀 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희·제마부대는 미군의 엄중한 경비를 받고 있고, 일감이 없어서 노는 일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다시 전투병 파병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까지 압력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정부 내에서는 NSC 등이 미국의 요구를 오독(誤讀),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은 한국이 먼저 (미국이 원하는) 제안을 하기를 기다리지만 한국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최종 결론이 곧 나겠지만 양국 관계가 상처를 입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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