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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수도 자폭테러 130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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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수도 자폭테러 130여명 사상

입력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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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현지시각)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대형 폭탄 테러가 발생,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이번 테러는 과거 친미 아랍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탄 테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테러 직전 사우디 주재 공관을 폐쇄했던 미국을 비롯, 서방 각국들은 바레인, 쿠웨이트 등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대형 테러가 임박했다고 경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자정 무렵 각국 외교 공관이 밀집한 외교 지구에서 약 5㎞ 떨어진 리야드 서부의 알 무하야 주거단지에 경비 차량으로 위장한 무장 테러범이 침입, 경비원들과 총격전을 벌인 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이후 2차례 더 발생했다.

사우디 당국은 폭발물을 실은 차량을 이용한 자살 테러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일부 사우디 왕가 사택과 1㎞ 정도 떨어진 200가구 규모의 알 무하야에는 레바논 등 아랍인들이 주로 살고 있으며 프랑스, 영국인도 일부 거주하고 있다.

폭발 당시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을 맞아 부모들이 대부분 외출한 탓에 어린이들이 주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내무부는 9일 "자폭 공격으로 어린이 4명을 포함, 최소 11명이 숨지고 12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으며 로이터 통신은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적어도 20∼30명이 사망했고 50∼10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인 1명이 다치고 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이번 테러 수법은 5월 12일 리야드의 3개 주거단지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 테러와 유사하다"며 "최근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에 의해 자행됐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테러를 소프트 타깃(연성 목표물)을 노린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비가 삼엄한 외교 공관들을 피하는 대신 가까운 곳의 주거단지를 택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 각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사우디 왕가 주거지 근처를 노려 친미 사우디 정권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해 온 사우디는 지난 5월 리야드 폭탄 테러 이후 알 카에다 등 이슬람 과격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전을 벌여 수백 명을 검거했다.

미국은 앞서 7일 사우디 주재 자국 공관들에 대한 테러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사우디 내 모든 공관의 업무를 중단했다.

미국은 또 지난달 6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납치된 말레이시아에도 여행자제 권고를 내리는 한편 알 카에다가 화물기를 납치해 핵 발전소 및 교량, 댐 등 미국의 주요 기간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은 바레인과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도 외국인 및 외국 시설을 겨냥한 테러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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