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발이 커진다발사이즈가 10㎝도 되지 않았다는 절세미인 양귀비나 조비연의 전족 수준은 아니지만, 여성들의 한결 같은 소망은 작고 날렵한 발이다. 발을 맵시나게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볼이 좁고 앞부리가 뾰족하고 뒷굽이 높은 구두를 신기도 한다. 그러나 발 크기는 키에 비례하기 때문인지 요즘 여성들의 발은 점점 커지고 있다. 24∼25㎝가 보통이다.
남녀의 발 뚜렷한 차이
여성들은 발이 작다. 남성보다 키가 작으니까 발도 작다.
그럼 키가 같아도 발길이가 차이가 날까. 한양대의대 재활의학과 박시복교수팀이 10월 대한재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녀의 키가 동일해도 여성의 발은 남성보다 길이도 짧고 볼도 좁고 둘레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발길이가 같은 남녀의 발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발이 남성보다 폭이 좁고 둘레가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교수는 "갓 태어난 아기의 발은 남녀 차가 거의 없다. 여성들은 하이힐이나 통굽 구두를 즐기는 등 서로 다른 성장환경이 발 형태에서도 남녀 차를 보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질환, 여성이 4배나 많다
발 질환에도 남녀 차는 뚜렷하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황지혜교수는 "여성은 신발 때문에 오는 발의 변형, 즉 엄지발가락 외반증(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쪽으로 기우는 변형), 굳은 살, 발 앞부분 통증을 주로 호소하고 남성은 신발의 영향은 적은 대신 노동이나 스포츠 손상으로 인한 발가락이나 발목 삠 증상으로 발클리닉을 찾는다"고 말했다. 30대이상 여성의 70%가 엄지발가락 외반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황교수는 "하지만 최근 남자 구두도 폭이 점점 좁아지고 굽도 은근히 높아지면서 발가락 변형을 호소하는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고무밑창을 댄 스니커즈 같은 편안한 신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생겨나면서, 여성 발의 변형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성들은 류마티스나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발의 변형이 많고, 남성들은 무좀이나 통풍 버거씨병 같은 질환을 많이 호소한다.
우리나라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외국 통계에 따르면 발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70∼80%는 발의 이상을 호소한다.
하이힐이 미치는 영향
하이힐이란 구두 뒷굽의 높이가 3㎝이상을 넘는 경우를 말한다. 하이힐을 신고 서 있을 때 여성은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펴 남들이 볼 때는 S자형의 바디 라인을 보여 상당히 섹시해보인다. 박교수는 "굽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우리 몸의 무게 중심은 땅에서부터 멀어져 위로 올라가게 된다. 즉 우리 몸은 불안정해지고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기 위해 온 몸의 근육을 긴장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발목을 삐지 않으려고 더욱 힘을 주고 걸어야 하니 허리 어깨 목 뒤가 아플 수 밖에 없다. 근육만 긴장시키는 게 아니라, 허리를 뒤로 젖히며 걸어야 하니, 요추전만증(허리 등뼈가 임산부처럼 앞으로 튀어나오며 구부러진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발뼈 등도 변형을 이루게 된다. 뒷굽이 높은 구두는 체중을 앞으로 쏠리게 하므로 점점 아치(발의 뼈들이 좌우로 둥글게 아치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양)가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둘째 셋째 넷째 발가락 뿌리 부위와 발가락 등쪽에 굳은 살이 생긴다. 또 앞부리가 뾰족하기 때문에 엄지발가락 외반증이 나타난다.
발에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하이힐을 신으면 장딴지 근육이 할 일이 없어진다. 박교수는 "장딴지 근육은 발목을 아래로 구부려서 몸을 앞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하이힐을 신으면 이미 발목이 아래로 구부러진 상태로 근육은 점차 짧아지고 힘도 약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등산이나 테니스를 치다가 가늘어진 장딴지 근육과 연결된 아킬레스건이 잘 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슬리퍼· 통굽구두도 건강에 나빠
통굽 구두는 하이힐보다는 덜하지만 신발 전체가 높기 때문에 근육들이 긴장하게 되고, 허리와 어깨도 아프게 된다. 특히 구두바닥이 한 통으로 돼 움직이기 때문에 발 관절의 움직임이 감소되고 대신 엄지 발가락 중간에는 과도한 압력이 생기게 돼 엄지발가락 강직증을 일으키게 된다. 또 뒤축이 없는 슬리퍼형 구두는 아킬레스 건염 같은 것을 일으킬 수 있다. 황교수는 "2∼2.5㎝정도가 발건강에 가장 이상적인 높이"라고 말했다.
발에 이상 오기 쉬운 임신과 폐경기
임신부는 체중이 10㎏이상 늘어나고, 호르몬 분비로 몸의 관절도 나긋나긋하게 되면서 발의 아치가 주저앉게 된다. 반드시 굽이 넓적한 신을 신어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임신 후반기가 되면 발과 발목이 붓게 되면서 발에도 염증이 생기기 쉬우므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신발을 선택하도록 한다.
50∼ 60대 폐경 이후 여성 중에는 장딴지 근육이 짧아지면서 뒤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뒤꿈치의 특수지방층에도 노화현상이 와 위축되고 비만 당뇨 골다공증 등이 생기면서 뼈나 힘줄 인대 관절도 젊었을 때의 탄성을 잃기 때문이다. 발 볼도 넓어진다. 황교수는 "'고무신 문 수가 점점 커진다'는 말처럼 중년여성은 발크기보다 약간 넉넉하게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쁘고 건강한 발 가지려면
황교수는 "하이힐은 안 신는 것이 가장 좋지만 꼭 신어야만 한다면 자주 구두를 벗고 발가락 운동을 하고, 한번에 6시간을 넘기지않고 1주에 4∼5회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외출 후에 발은 늘 따뜻한 물로 깨끗이 닦고 발가락 사이 사이도 잘 말려야 한다.
오래 걸어 다니거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여성들이라면 발의 아치에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구두 앞쪽에 쿠션을 까는 것이 좋다. 박교수는 "발에 맞는 깔창을 부착한 구두를 신으면, 발이 덜 피곤하다"고 말했다. 신발바닥은 평평하지만, 사람의 발바닥은 굴곡이 졌기 때문에 구두바닥을 발바닥처럼 굴곡이 지게 만들면 체중이 고르게 분산돼 발이 굉장히 편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발가락이 구두에 닿아서 아픈 사람은 신발 끈을 헐겁게 묶으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신발 끈을 꼭 묶어야 발이 앞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발가락 부위가 편해지고 신발도 가볍게 느껴진다.
평소 발가락 벌리기 운동을 하는 것도 권장된다.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과 멀어지도록 벌리는 운동을 자주 해야 하는데, 처음에 엄지발가락이 벌어지지 않는 경우 자꾸 반복하면 발가락 사이가 조금씩 벌어지게 되며, 약해진 근육도 다시 튼튼해진다. 이 운동이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은 이미 엄지발가락 외반증이 시작된 것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박교수는 "엄지발가락이 잘 안 벌어진다고 손가락을 이용해서 벌려서는 안 된다. 손가락으로 벌리면 오히려 엄지발가락 외반증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발이 변형된 다음에 원 상태로 회복하는 것은 아주 힘들므로 발이 아프고 걷는 것이 불편할 때는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에서 개설한 발클리닉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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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한다면 신발은 발의 길이와 폭보다 1∼1.5㎝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굽높이는 3㎝이하여야 한다.
신발 구입은 오후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발이 붓게 돼, 오전에 꼭 맞는 신발을 고르면 작아서 못 신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기의 실제 발 크기보다 2㎝정도 큰 신발을 신는 경우가 많은데 신발이 너무 크면 신발 구부러지는 곳이 엄지발가락 중간에 위치하게 돼 엄지발가락 위가 헐게 된다. 또 엄지발가락 안쪽에 굳은살과 티눈이 생길 수 있고 발가락 뿌리 관절이 굳어지는 등 발가락 변형의 원인이 된다. 발의 볼이 유난히 넓어 실제 발 크기보다 더 큰 신발을 신는 경우에도 비슷한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발바닥의 둥근 아치를 받쳐주는 인대의 탄력이 줄어들므로 젊었을 때 치수보다 다소 넉넉한 신발을 고른다.
너무 무거운 신발은 걸을 때마다 힘이 많이 들어가게 돼 쉽게 피곤을 느끼고 발목을 위로 젖히는 근육이 뭉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다리의 힘을 키울 목적이 아니라면 되도록 가벼운 구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키높이 구두는 구두 속에 뒤꿈치의 깔창을 하이힐처럼 높게 만들어 키 작은 사람이 키가 큰 것처럼 보이게 하는 구두로, 앞부리와 뒤꿈치가 뾰족하지 않을 뿐 하이힐과 큰 차가 없다. 우리 몸을 불안정하게 만들므로, 발의 건강을 위해서는 키높이 구두는 신지 않는 것이 좋다.
/박시복·한양대의대 발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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