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환경·사회 문제가 벽이라면, 생각이 굳어져 버린 어른이 아닌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이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로 '침팬지의 대모'로 불리는 제인 구달(69) 박사가 19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에 왔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초청으로 8일 방한한 그는 9일 낮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간의 야만성을 공격하며 동물 및 환경 보호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구달 박사는 "침팬지는 암컷과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마치 '시카고의 갱단'처럼 싸우지만 인간은 생존차원의 본능적 욕구 외에 다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전쟁을 서슴지 않는다"며 "최근의 이라크전도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평화 대사'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는 그는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뜻에서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9월21일)에 많은 나라에서 '비둘기 날리기 행사'가 열리는데, 분단국인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침팬지 역시 인간처럼 이기심뿐만 아니라 이타심도 갖고 있는 고등 동물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본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간의 기본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침팬지에게 이 같은 권리를 줄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의문이 들어 현재는 인간 기본권을 향상하는데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문제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품(GMO)과 관련, "GMO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전혀 GMO를 먹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출신의 구달 박사는 26세 때인 1960년부터 현재까지 40여년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비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들과 함께 지내며 야생 영장류들의 생태를 연구해 오고 있다. 그는 1977년부터 미국, 탄자니아,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야생 동물 연구와 교육 및 보호를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치해 연구와 환경보호운동을 펼치는 한편 전 세계를 순방하면서 매년 100회 이상의 강연을 하고 있다. 12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구달 박사는 11일 오후 4시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침팬지와 나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무료 대중 강연과 함께 사인회를 갖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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