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경 여성의 호르몬대체요법이 심혈관질환, 유방암에 대한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후 '부작용없는 갱년기 치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이 틈을 타 각종 건강보조식품들이 '천연성분이라 부작용이 없다'는 문구를 달아 대거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제들이 정말 호르몬대체요법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대체제의 대표적인 것은 식물 추출물 성분이 든 각종 식품들. 주로 콩, 석류의 성분이 원료로 쓰이는데, 여기에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처럼 기능하는 이소플라본 같은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아니지만 호르몬처럼 기능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린다.
최근 한국인삼연구소는 홍삼의 사포닌과 이소플라본 등을 복합한 성분으로 폐경여성에게 3개월간 실험한 결과 안면홍조가 91.6%, 가슴이 뛰는 증상은 85.6%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태반성분을 주사하는 치료도 일부 개원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의들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최근 콩 추출물의 골다공증 예방효과를 대한내과학회에서 발표한 부산 메리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미경 박사는 "임상시험 결과 약간 효과가 있었으나 그 정도가 미미하고 기간도 3개월에 불과해 아직 결론 내리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호주 등에서도 콩 식품, 콩 추출물 등으로 임상시험을 많이 실시했지만 효과가 약하고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며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콩을 많이 먹고 있는 상태라 권장지침을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보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를 약간 처방하는 것이 갱년기증상 개선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태반주사치료에 대해선 "호르몬성분이 함유돼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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