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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돈되면 어디든 손 못벌리랴" 대학들 사활건 기부금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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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돈되면 어디든 손 못벌리랴" 대학들 사활건 기부금 모금

입력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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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K대의 최모(48) 교수는 요즘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연구기금까지 삭감한 학교측이 '발전기금' 명목으로 월급의 10% 가량을 꼬박꼬박 공제하고 있기 때문. 최 교수는 "학교발전과 건물 신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지만 교직원들의 주머니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서강대는 최근 교직원 대상의 '1개월 급여반납 운동'과 함께 재학생을 상대로 한 '용돈아껴 3만원 기여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우용 대외부총장은 "외부 발전기금을 끌어오려면 내부 구성원들부터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불황속 사활건 기부금 모금

대학들의 기부금 모금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중심의 고액기부가 줄어들자 돈이 들어올 곳이면 어디든 손을 벌리는 게 요즘 대학들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들은 교직원들에게 기부금을 강요하거나, 무리한 모금방식으로 잡음을 낳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초 신입생들에게 '기부금 전화'를 걸어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굿모닝시티 기부금 문제까지 불거져 따가운 여론의 화살까지 맞아야 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는 시간강사들에까지 '기부금'을 강요해 논란을 빚었고, 서울의 한 명문대는 최근 고액의 기부자들에게 잇따라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 의혹의 눈길을 샀다. 얼마전에는 부산의 한 실업가가 지방대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자 서울 대학 관계자들이 앞다퉈 내려가 기부금을 '읍소'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동문의식 고취, 기부자관리 주력

기업 중심의 고액기부가 줄어들면서 동문 등 '개미 기부자'를 향한 대학들의 애정공세는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해 193억원을 모은 건국대는 올해 졸업생 1,200명 등을 대상으로 '소득 1% 기금운동'과 '장학금 돌려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숙명여대는 소액기부자들의 이름을 강의실이나 홀의 좌석에 새겨주는 '네이밍' 마케팅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동문들을 대상으로 모교방문 행사를 가진 윤상운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거액의 기부금 모금 못지않게 재학생, 젊은 동문 등 잠재적 기부자를 상대로 한 '기부자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기부론'이라는 교양과목 개설을 고려중이며, 성균관대는 숨어있는 해외동문을 발굴해 기부금 모금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 경희대는 각각 'E-pro(2%)'와 'Future 경희'라는 발전기금 모금사이트를 통해 기부문화 확산에 나섰다.

기부금 편중 심각

국회 교육위원회 설훈 의원의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기부금은 수도권 대학이 평균 100억3,300만원, 광역시·시 54억900만원, 군지역 5억3,700만원으로 나타나 지역간 기부금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사립대와 군지역 국립대간의 격차는 32배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누적 기부금에서도 연세대(3,519억원), 고려대(2,960억원), 포항공대(2,866억원), 한양대(1,724억원), 성균관대(1,514억원) 등 상위 10개 사립대가 전체 기부금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지방대는 모금이 한계에 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올해 같은 경우 아예 기부금 모금을 포기한 지방대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성숙된 기부·모금문화 필요

대학발전기금협회 김영찬 회장은 "재정난이 곧 대학경쟁력 약화, 학문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위기감 때문에 각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기부금 모금에 뛰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정서와 인맥에 호소하는 방식에 의존해 총장이 바뀌면 모금이 중단되거나, 교직원들의 희생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등 각종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대학들이 무조건 '모으고 보자'식 경쟁에 뛰어들기에 앞서 대학재정의 효율성·투명성 개선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며 "연구경쟁이 아닌 재정확충 경쟁 등으로 대학의 서열을 깨뜨리려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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