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여자 전미선(31)이 오랜만에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17일 첫 방송하는 KBS1 아침드라마 'TV소설 찔레꽃'의 수옥 역이다. 'TV소설' 전작들의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수옥 역시 인동초 같은 여자다. 사생아로 태어나 구박덩이로 자라고 사랑하는 준서(남성진)를 이복자매 유경(안연홍)에게 빼앗기는 등 숱한 아픔을 겪지만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차분하면서도 강단 있어 보이는 그의 이미지에 딱 맞는다 싶은데,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여리면서도 강하고 때론 성깔도 있는 것이 저랑 비슷해요. 매사에 적극적인 것만 빼고.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가장 잘 맞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순탄치 못했던 15년 연기 생활 내내 그를 괴롭혔던 짙은 회의와 좌절감을 떨쳐낸 뒤 처음 맡은 주연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2때인 1988년 KBS 드라마 '토지'의 봉순이 역을 맡아 데뷔했다. 그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가 펑크를 내자 마침 방송국 구경을 갔던 그를 제작진이 즉석 캐스팅한 것. 93년 SBS 미니시리즈 '모닥불에 바친다'에서 첫 주연을 맡고 코미디 프로에도 얼굴을 비치며 인기를 얻었지만, 워낙 내성적인 그는 "아무래도 내 길이 아니다"며 돌연 방송을 떠났다. 98년 연기를 재개했지만, 이듬해 큰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전미선 곧 죽는다더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몸이 아플수록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연기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더라고요."
어렵게 컴백한 그는 복귀작인 KBS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드라마 '인어아가씨', 영화 '살인의 추억' 등 출연작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특히 송강호의 애인으로 나온 '살인의 추억'은 '배우 전미선'의 존재를 새롭게 각인시킨 작품. 간호사인 그가 소나무에 링거병을 걸어놓고 애인 송강호에게 주사를 놓아주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는데, "시나리오에서 바로 그 장면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놓는다. 이 작품으로 MBC 영화대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부족함을 느낀다.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연기할 때 속에 있는 걸 다 뿜어내지 못해 늘 답답해요. 이번 작품으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요. 오랜 방황을 끝내고 '평생 연기자로 살겠다'고 작정 했으니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잘 해야지요."
여성적 이미지와 달리 스포츠광이다. 쉴 때는 종일 골프 연습에 윈드서핑 수상스키 등을 즐기며 보낸다. 얼마 전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땄다. "결혼이요? 스무살 때부터 빨리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 꾸미는 게 소원이었는데 뜻대로 안되더군요. 요즘처럼 혼자의 삶을 즐기는데 익숙해지면 평생 못간다던데…. 그래도 당분간은 결혼 생각 접고 연기에만 전념할래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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