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안정화군이냐 공병 중심의 재건 지원부대냐 하는 파병부대의 성격에 대한 이견 때문에 규모와 시기는 물론 장소와 지휘체계 문제까지 전면 재검토되고 있는 모습이다.8일과 9일 정부의 한미협의단과 2차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잇따라 귀국했지만 추가 파병문제는 도리어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한미 양측의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파병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 16∼18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전후해 상황이 다시 한번 급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
파병부대의 성격 및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기 싸움을 벌이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측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재배치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독자적인 작전 수행능력을 가진 5,000여명 규모의 사단급 안정화군(전투병)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협의단을 이끌었던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터키의 파병 방침 철회 이후 우리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말로 미국측 기류를 전했다.
그러나 공병 중심으로 3,000여명을 파병하겠다는 우리측의 입장도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단에 참가했던 한 당국자는 "미국은 기존 입장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해 정부가 미국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음을 시사했다. 9일 귀국한 현지조사단 김만복 단장이 "이라크인들은 전후 복구를 위한 파병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점도 공병단 파병의 명분을 쌓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또 우리가 공병 중심의 부대 구성을 고집할 경우 다국적군 사단의 지휘권을 맡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이라크 파병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한미 양국은 파병 시기에 관해서도 정기국회 일정과 파병 준비기간 등에 대한 간략한 의견만 교환했을 뿐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 악화도 정부의 파병 계획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만복 단장이 "치안상황이 예상대로 불안정하다"고 거듭 강조한 점도 정부가 파병 예정지로 거론되던 모술이나 키르쿠크 보다 남부 나시리야 등 좀더 안정된 지역을 희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한미간 협의과정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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