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6시 저녁 손님으로 한창 붐빌 시간인데도 서울 을지로 6가 러시아 음식점 '넬라-와사'의 2층 40여 석 자리는 한적했다. 4년 여를 러시아·우즈베키스탄의 보따리 장수를 상대로 장사를 해온 이 식당 주인의 아들 브로쟈(23)씨는 "2층까지 가득 채우던 손님들이 10∼20명으로 줄었다"고 울상이다. 1년여 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해 최근 10여 일은 거의 장사가 안 된다는 하소연이다.동대문 시장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동구권 무역상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동대문 시장 주변에서 허리춤까지 오는 가방 서너 개에 의류·피혁제품 등의 물건을 가득 사던 보따리 장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짐을 부쳐주던 화물운송회사 에코비스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화물기가 일주일에 2대 정도 운행했는데 올해는 1대도 못 채울 정도"라고 말했다. 러시아어로 '이미지'라고 쓰인 간판을 달고 있는 한 옷가게 주인은 "옛날엔 대화 호텔(현재 굿모닝시티 빌딩 자리)에만 매일 100여명의 보따리 장수들이 묵었지만 지금은 10명도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동구권 보따리 장수들이 떠나는 이유는 동대문 제품의 가격이 높아져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동대문의 외국인 구매 안내소 고동철 소장은 "동구권 바이어는 물론 일본 등 다른 바이어들도 대부분 중국으로 거래선을 바꿨다"며 "아무리 질이 좋아도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평화시장 1층에서 의류판매상을 하는 러시아 동포 예나씨는 늘어나는 물류 비용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화물 비용이 예전엔 ㎏당 4.5달러 였는데 이젠 8달러로 두 배 가량 늘어 거래선을 물류 비용이 싼 중국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제품이 값싸고 질 좋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옷장사를 한다는 라우샨(31)씨는 "고국은 지금 라마단(이슬람 국가의 절기) 기간이라 집에 옷가지 등의 선물을 보내러 왔다"며 "일본 옷은 너무 비싸고 중국 옷은 1년 밖에 못 입는데 비해 한국 옷은 3년 이상 입을 수 있어 인기가 여전하다"며 엄지를 치켜 들어 보였다. 고 소장은 "가격 경쟁력으로는 동대문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