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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젠 "叔姪의 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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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젠 "叔姪의 난"인가

입력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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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왕자의 난'으로 망한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들입니까?"최근 정상영 금강고려개발(KCC)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대량 매집, 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싸움에 휘말리자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0년초 '왕자의 난'처럼 이번에는 시숙부(정 명예회장)와 조카 며느리(현정은 회장) 사이 '숙부의 난'이 아니냐는 비난이다.

정 명예회장측은 9일 지분 매집과 관련, "국내외 자본으로부터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 회장측과 전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 비실명인 사모펀드가 동원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정 명예회장측을 '지원군'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KCC 관계자는 "당초부터 취임을 말렸는데 현 회장이 이를 거부했다" "계속 뜻이 맞지않으면 현 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 등의 위협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와 함께 현대가 내부에서 "현대그룹이 현씨 가문에 넘어가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 이면에 재벌식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어서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또 정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입에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자금을 동원한 것은 일반 주주들의 반발을 살 소지가 높다.

현대그룹 계승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은 재계 1위의 현대그룹을 공중분해시키는 국가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결국 정몽헌 회장의 자살이라는 가족 비극으로 이어졌다. 부활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가 또 다시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박희정 경제부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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