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본보가 입수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캠프측 대선자금 내역'에는 자금을 지원한 5대 그룹과 그외 기업들의 명단과 지원금액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이번에 공개된 대선자금 내역은 검찰도 수사단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인 소환조사로 접어든 검찰 수사의 방향을 가늠할 자료로 평가된다.
본보는 자료 전체를 공개할 경우 후원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일단 1억원 이상을 기부한 법인에 한해 명단과 금액을 공개키로 했다.
5대그룹 72억원뿐일까
5대 그룹의 지원금은 72억원으로 최종 확인됐다. 가장 많은 돈을 낸 곳은 알려진대로 SK로 25억원에 달했다. 그 다음은 LG 20억원, 삼성 10억원, 현대자동차 10억원, 롯데 7억원 순이다.
법인이 아닌 임원 명의로 돈을 제공한 기업에 SK(10억원), 삼성(3억원) 외에 현대차(6억4,000만원)도 포함돼 있어 이들 3개 기업에 대해 검찰이 비자금 수사를 하게 될 지 주목된다. 개인명의 후원금은 기업이 정치자금법상 2억원인 법인 후원금 한도를 넘어 지원한 것일 가능성이 커 수사결과 사실로 확인되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그룹별 기부금 차이가 최고 3배가 넘는다는 점은 정상 처리된 기부금이 축소됐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더구나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LG의 절반인 10억원을, 그것도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벤처 계열사를 통해 냈다는 것은 '+?'의 가능성을 더해준다. 삼성그룹의 법인은 삼성벤처투자(2억원), 블루텍(2억원), 크레듀(2억원), 토로스물류(1억원) 등 4개만 등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28일 돈을 낸 현대차를 제외한 4대 그룹은 모두 후보단일화 10일후께인 12월 5,6일 거의 동시에 기부금을 내, 항간에 그룹 관계자들이 사전에 논의했다는 '담합설'도 힘을 받고 있다. 삼성과 SK는 자금조성이 용이한 벤처 계열사를 통해 기부금을 냈고, 롯데가 롯데자이언츠에서 1억원을 조성한 것은 특이한 점이다.
+?기업 최소 50여개, 30억대
5대 그룹 외에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기업은 12개 그룹 및 법인으로, 이들이 제공한 돈은 24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기업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곳이 대부분이다. 우선 금융사 위주의 동양그룹은 계열사 6곳에서 5대 그룹 다음으로 많은 5억원을, 삼양그룹과 동부그룹은 각각 3억원을 냈다.
또 태평양, 코오롱건설, 길의료재단이 2억원씩, 포스코건설, 태영, 효성, 교보생명, 굿모닝시티는 1억원씩을 기부했다.
그러나 풍산은 2억5,000만원, 두산도 이와 비슷한 금액을 낸 것으로 알려져,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이 왜 두산과 풍산을 5대 그룹 이외의 '+?'기업으로 지목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밖에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을 후원한 기업들은 20여 개로 집계돼 '+?'기업은 최소 5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남는 의혹
노 후보 캠프측이 기부금을 받고 영수증 처리한 기업들을 최대한으로 잡아도 100개 미만이 된다. 그러나 국내 100개 기업들 조차 민주당에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또 검찰수사가 진척되면 5대 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이 제공한 자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편법 처리를 통한 기부금은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편법처리한 후원금이 48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한 민주당측은, 노 후보 캠프가 회계처리하지 않고 지구당에 30억원의 지원금을 내려보낸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10일쯤 공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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