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과학적 분석의 결과이기에 앞서 군중 심리의 산물이기도 하다. 주가가 결정되는 큰 틀의 메카니즘 안에는 그 사회의 문화, 도덕 수준이나 전체 대중의 기분(군중심리) 같은 비경제적 요소들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물경제와 주식 시장을 연결시켜주는 프리즘에 비유되는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주식시장 시가총액/GDP)과 같은 지표를 살펴보면 주가가 얼마나 경제외적 요인들에 의해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먼저, 실물경제에서 동일한 이익을 내고 있는 자본의 가치가 주식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다. PER는 어느 기업이 벌어들인 한 단위(1원)의 이익이 주식시장에서 몇 배(원)의 주가로 평가받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우리의 PER를 아시아 다른 증시와 비교해 보고 놀란 점은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그 순위가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IMF 사태 이전에는 PER가 낮은 순서가 각각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의 순이었는데 최근(10월 1일 기준) 비교를 해 본 결과 대만,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의 순으로 후진국들에 비해서도 자본의 가격이 낮게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ER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금리나 성장성같은 변수가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이면에 사회 전반적인 신뢰의 평가절하(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식 시장 시가 총액의 GDP 대비 비중(%)을 살펴보자. 이 숫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의 70%, 대만의 80%, 싱가포르의 170%, 홍콩의 380%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0년 당시 주가 거품현상이 극심했을 때는 이 비율이 100%를 넘었음에도 주가가 그 보다 두 배나 세 배 이상은 더 올라가야 한다고 목청껏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 4분의 1이나 6분의 1에 불과한 현재 주가에 대해 그 당시와 같은 주장이 별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번 폭락의 기억을 아직 씻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주식 시장도 사람들이 모인 장소인지라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일 수는 충분히 있지만, 시장이 부조리하게 흐를 경우 증시 자체의 존재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는 시장의 교훈을 되새기고 싶다. 다가올 강세장이 현재의 저평가 국면을 넘고 가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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