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銀座)는 일본의 발전과 번영의 상징이다. 중세 이후 런던 파리와 함께 세계 3대 도시의 하나로 영화를 누리던 에도(江戶·도쿄의 옛 이름)의 중심지였던 이 곳은 명치유신 이후 일본 근대화의 원점이었다. 일본이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1990년대 초, 긴자는 세계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오랜 불황 끝에 서울보다 땅값이 떨어졌다. 세계적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 C&W 유럽본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역 일대 상가 임대료가 ㎡당 2,646유로(360만원)로 세계 6위, 1,849유로(250만원)에 불과한 긴자는 15위로 기록되었다.■ 경기가 흥청거리던 시절 긴자에서 택시를 잡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긴자 중심지에도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 행렬이 길다. 유흥가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다. 클럽의 술값이 전성기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현상유지가 어려워, 맥주집이나 회전 초밥집 패스트 푸드 점포 등으로 바뀌고 있다 한다. 지난 4월 긴자 중심지에 점포를 신규임대 하려던 유명한 이탈리아계 패션 명품업소가 "이렇게 쌀 줄 몰랐다"면서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화제가 되었다.
■ 일반 주거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거품경기가 한창이던 90년대 전반 평당 343만 엔이던 도쿄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올해는 192만엔으로 44%가 떨어졌다. 주택 분양가와 임대료를 비롯해 모든 물가가 떨어지고 있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심리 탓이다. 실제로 무리해서 집을 장만했다가 2,3년 사이 10% 이상 손해보고 파는 사례도 많다 한다. 얼어붙은 주택시장이 경기곡선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긴자의 황혼이니, 잃어버린 13년이니, 디플레 장기화니 하는 말들이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에 나온 것이다.
■ 우리는 반대로 일부 지역 집값에 30∼40%의 거품이 끼어 있다. 최근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서울지역 아파트 시세가 적정가보다 8.3% 높게 형성돼 있고, 특히 강남지역엔 31.6%의 거품이 끼여있다고 분석했다. 강남지역 아파트 값 거품이 40%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특정한 지역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전국에 미치는 영향이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집값은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부풀어 터져 일본처럼 되기 전에 서서히 거품을 걷어내는 게 경제 살리기의 첩경임을 절감하게 된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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