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공개 변론을 실시한다.대법원은 9일 용인이씨 사맹공파 33세손으로 출가한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낸 이른바 '딸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종회 회원 확인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재판을 다음달 18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개최, 여성의 종원 자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술을 듣는다고 밝혔다. 재판에는 최종영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며, 이덕승 안동대 교수, 이진기 숙명여대 교수, 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 등이 참고인 진술을 하게 된다.
민사소송법 430조 2항은 '상고법원은 특정사항에 관해 변론을 열어 참고인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지금까지 사건 처리의 신속성을 위해 주로 서류심사만 한 뒤 법정에서는 선고만 해왔다. 대법원측은 "사법개혁의 주요 안건중 하나인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 재조명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대법원 재판과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앞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요 사안을 선택해 공개변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지난 달 24일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대법정내 참고인석 설치 및 음향시설 공사 등을 마쳤다.
한편 최초 공개 변론 대상이 된 '종회 회원 확인소송'은 출가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낸 '딸들의 반란'소송으로 주목 받은 사건. 용인이씨 종중은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건설업체에 판 뒤 같은 해 12월 이 돈을 분배하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을 지급한 반면 미성년자와 출가 여성 등에 대해서는 1,650만∼5,500만원씩 차등 지급했다. 더구나 여성은 종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분배'가 아닌 '증여' 형태로 돈을 나누어줬고, 원고들은 "관습상의 종원을 성년 이상의 남자라고 단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남녀 평등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은 "분묘 유지, 제사 등 종중의 목적이 퇴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여성의 종원 인정, 재산분배 등과 관련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공개 변론의 첫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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