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국민들이 겪어온 변화 가운데 가장 극단적 대비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정부의 출산 정책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그간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출산 억제 정책을 펴왔다.그러나 이제 사정이 정반대가 됐다. 통계청의 7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평균 1.17명으로 대표적인 저출산국인 일본(1.33명), 프랑스(1.89명)보다 낮다.
이 같은 저출산 경향이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현재 펼치고 있는 출산 장려 대책을 살펴보면 아이를 낳는 가정에 대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터이다. 프랑스는 자녀를 낳는 가정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저출산 경향은 여전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저출산국이 된 것은 정부의 출산 억제 정책이 효과를 거둔 때문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사회참여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육아와 가사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에 늦게 결혼하고 자식을 적게 낳으려고 한다. 남성들도 출산을 기피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자녀 육아에 대한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출산 저하를 부채질하고 있다.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아이를 낳자고 권유하면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식이 자신의 노후에 진정으로 필요한 존재임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자식은 인생의 짐이 아니라 부모의 노후를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임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부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20, 30년 후의 삶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혈기 왕성한 나이에 자유롭게 일하고,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잠깐이다. 부부만이, 혹은 혼자서 노후를 맞더라도 외롭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저출산이나 출산 기피는 가정 해체를 넘어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효과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기 바란다.
김 병 인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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