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산업자원부가 외국인 투자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후암동 옛 수도여고 자리에 추진하고 있는 가칭 '용산 외국인학교' 설립 계획이 탄력을 얻고 있다. 시와 산자부는 올해 말까지 재단구성과 운영주체 선정 등을 마무리하고 내년초 공사를 시작, 2005년 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뚝섬 땅과 옛 수도여고 부지를 교환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추진과정에서 마찰도 예상된다.용산 외국인학교는 정부와 지자체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식 지원하는 외국인학교의 사실상 첫 모델이다. 서울시는 300억원(평당 800만원)에 달하는 학교부지를 확보하고, 건축비 300억원은 학교재단과 산자부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인가된 외국인학교가 16개 있지만 영어학교가 9개로 편중돼 있고, 학생수 500명 이상의 학교는 3곳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 매년 500여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입학을 못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초 열린 설명회에는 각국 대사관, 외국계 회사, 외국인학교 등 80여 곳에서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산자부 임채민 국제협력투자심의관은 "한국의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가족을 두고 혼자 왔다는 '외국인 기러기 아빠'들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중국 등은 정부에서 외국인학교를 100% 지어주고 운영은 학교재단에 맡기는 등 외국인 투자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후암동 192 일대 1만3,267㎡(4,122평)에 지상5층, 지하1층(연면적 6,675평) 크기로 지을 이 학교는 800여명을 수용하게 된다. 일반교실 28개(초등 15개·중 7개·고 6개)와 특수교실 6개(음악·미술·컴퓨터·과학실험·공작·가정실) 등의 수업시설이 들어서고, 대강당(300석)과 중강당(220석), 25m짜리 6개 레인의 수영장, 관람석 100석의 농구장, 식당(460석), 주차장(130면) 등의 부대시설이 마련된다.
현재 이 곳으로 이주를 공식 신청한 학교는 서울독일학교 1개교. 산자부는 이 달 말까지 영국·호주계통과 미국계통 학교 등 2, 3개가 더 신청할 것으로 보고 유럽식 다언어 외국인학교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임채민 심의관은 "유럽 각국에서 학력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이주 희망 외국인학교와 협의해 학교시설이나 교육과정을 유럽의 기준에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과의 부지 교환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있다. 시는 시유지인 뚝섬 땅 4,000여 평과 옛 수도여고 부지를 교환할 방침이지만 시교육청은 시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교육 강화 필요성 때문에 이곳에 일정 구역내 영어만 하도록 하는 '잉글리시 존' 조성을 추진 중이어서 시의 결정을 따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교육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교육청도 공감하고 있어 협의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