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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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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제운 글·그림

선화(禪畵)를 그리는 제운 스님이 30여 년의 승려 생활에서 느낀 소감을 적은 수상집이다. 19살의 나이에 출가해 힘든 행자시절을 거쳐 강원과 토굴 생활, 선화를 그리게 된 과정 등을 솔직하게 적었다. '너는 금생에 사람 노릇하지 말라'고 한 스승에 대한 기억, 만난 스님들, 수구암과 화암리에서의 토굴 생활, 꿈에서 만난 아버지, 카레와 짬뽕을 먹고 병에 걸린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달마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달마가 존재하니, 어쩌면 내가 달마요 달마가 나인지도 모른다." 달마 선화를 즐겨 그리는 스님의 고백이다. 그는 달마 그림을 상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달이 스스로 물 위에 어리듯 일어난 영감을 그리면 그것이 달마도가 된다"고 했다. 어려운 불교 얘기나 수행이야기를 하지 않고 승려 생활의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썼다. 장락 9,500원.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예술과 패트런 /다카시나 슈지 지음

일본 국립서양미술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도쿄대 명예교수인 일본 미술 비평계의 거두 다카시나 슈지가 지은 '예술과 패트런'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풀어 낸 책이다. '명화로 읽는 미술 후원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화가가 기능인에서 예술가로 격상된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미술 후원의 변화를 통해 미술사를 살핀다. 패트런은 예술 작품을 구입하는 동시에 예술가를 이해, 지원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집단을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교회와 이후의 절대 군주, 귀족들이 초기의 패트런이었다. 근대 시민사회에서는 전람회와 살롱 문화,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미술비평과 저널리즘, 화랑들이 등장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정부와 기업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책에는 120점의 도판이 실려 있어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신미원 옮김. 눌와 1만,6000원.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존스 홉킨스대학의 의학자가 분만 123건의 시간대를 조사한 결과 응급 제왕절개수술 20건 중 16건이 아침 8시에서 오후 8시 사이에 실시됐다. 의사들이 집에서 편히 쉬고 싶어하는 밤 12시간 사이에 이뤄진 수술은 단 4건뿐이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세포진 검사, 연례 검진 등의 기본 검사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이며 의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산부인과 진료의 문제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들이 특히 부당 의료 행위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의사 사회의 주류가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의 몸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질적 소득에 치중한 의사들이 권위적 태도로 여성을 다룬다는 것. 그럼 어떻게 하나? 참지 마라, 오류를 시정하라고 촉구하라. 그래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세미 옮김. 문예출판사 1만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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