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일 기업들의 수사협조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선언함에 따라 재계의 선택이 주목된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비자금 단서가 포착된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수사협조와 상관없이 정식으로 문제 삼을 방침이어서 SK에 이어 또 한차례 격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안대희 중수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마치 '선전포고문'을 읽어 내려가듯 정치권과 재계를 향해 검찰의 입장을 밝혔다.
안 부장은 "불법 대선자금의 공개는 범죄혐의에 대한 자수의 성격이 있으므로 정당이나 기업자들이 쉽게 응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기업이 증거자료를 폐기하거나 은폐할 때는 기업의 '본질적 문제'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질적 문제'란 분식회계 등을 통해 조성된 기업 비자금 일반을 지칭하는 것이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을 넘어 기업 비자금 전반을 들춰낼지 여부는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불법 대선자금은 정치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만큼 사면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비자금조성은 기업 비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일부 기업은 자료가 포착됐으며 이에 대해서는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이미 증거가 포착된 기업에 대해서는 배려의 여지가 없음을 못박았다. 검찰이 이처럼 강성으로 돌아선 것은 기업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 두 곳 기업의 본보기성 처벌은 불가결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일벌백계인 셈이다.
검찰은 나머지 다수 기업들에 대해선 수사협조를 전제로 한 선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단 조건은 너무 늦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부장은 "돌아서려면 빨리 돌아서야지, 수사에 들어가고 나서는 소용없다"고 말했다. 즉, '고해성사'의 유효시한을 개별기업에 대한 수사개시 이전까지로 못박은 셈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자진 협조해 온 기업이 있는지, 어떤 형태의 협조인지에 대해서는 기업 서로간의 눈치보기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밝히기를 거부했다.
검찰은 기업수사의 기준으로 "혐의가 확실하고 규모가 큰 기업이 우선대상"이라고 밝혔다. "수사대상 기업이 두 자리 수 이상이냐"는 질문에 안 부장은 "아직 그만큼은 못 갔고 자료도 없이 무작정 수사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해 5대 그룹 안팎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안 부장은 대통령측근비리에 대한 특검 도입과 관련, "측근비리는 대상이 누구든, 어떤 종류의 비리이든 특검과 관계없이 계속한다"며 특검 수사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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