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S기업 부사장 홍모(44)씨가 회사 자금 75억여원을 빼돌려 강남의 한 빌라에 보관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가 감춰놓았던 1만원권 현금 70억여원의 사진이 7일 공개되자 이 같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7월18일부터 지난달까지 공사비용 대금 명목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뒤 자신이 어음금을 받아가는 수법으로 55차례에 걸쳐 모두 75억여원을 빼돌렸다. 당초 검찰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던 터였다.
외아들인 홍씨는 검찰에서 "아버지와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회사 돈을 빼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목적을 조사 중이지만 홍씨는 일관되게 '사업상 독립'을 위해 돈을 빼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홍씨가 부친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딴 주머니'를 찬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씨의 부친(69)은 강원 출신으로 공고를 졸업한 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으며, S기업을 도급 순위 60위권의 탄탄한 상장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홍씨의 부친은 사건의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홍씨는 지난 5월 부친과 함께 사는 논현동 자택 맞은 편에 있는 20평대 빌라를 구입한 뒤 안방에 1만원권 현찰 70억여원이 담긴 종이상자 16개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홍씨가 가끔 묵은 듯 빌라에는 돈더미와 함께 이부자리 한 채가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빌라는 재미교포 로비스트 린다 김씨가 살던 단독주택을 허물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제의 70억원은 범죄에 의한 '불법 수익물'로 규정될 경우 국고에 환수될 수 있으나 홍씨 개인 횡령금으로 결론나면 S기업에 반환된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