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동안 교보문고와 새로 거래를 시작한 신생 출판사는 모두 415개. 올 들어 10월까지 1,500개에 가까운 출판사가 신규 거래 업체로 등록했다고 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보다 경제 사정이 좀 나았던 지난해 숫자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날에는 하루 수십 개의 출판사가 거래를 트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불황이라고 움츠리기도 하지만 창업이 돌파구라는 적극적인 생각을 하는 출판인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한길사, 들녘, 푸른숲, 중앙M& B 등에서 실력을 쌓은 기획·편집자들이 새 출판사를 차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책을 냈거나 출판 준비를 하고 있다. 맘에 드는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의 꿈이다. 불황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과감하게 새 출판사를 차리는 데는 중견 출판사의 편집 직원보다 직접 출판사를 운영할 때 그 꿈을 온전하게 펼칠 수 있다는 의욕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 출판인의 "제대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창업의 변에서 젊은 투지를 읽을 수 있다.
마침 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소규모 출판업자들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출판업자마케팅연합이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10종 이하의 책을 낸 소규모 출판사 73만 곳의 전체 수익은 290억4,000만 달러. 최근 5년 동안 연간 성장률은 21%에 이른다. 여기에 199종 이내의 책을 낸 출판사의 지난해 수익까지 더하면 340억3,000만 달러에 이르고, 이 규모는 몇 해째 불황으로 죽을 쑤고 있는 다른 산업의 성장률을 훨씬 앞선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인 출판사의 70%가 연간 수익이 10만 달러(1억2,000만 원) 이하이고, 43%가 출판을 시작한지 5년 이하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대형출판사의 위세가 등등하지만 소규모 출판사들이 내실 있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불황에도 개의치 않고 독립 출판의 꿈을 실천한 국내의 재능 있는 편집자들에게도 밝은 햇살이 비치기를!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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