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게리 헐 지음·말리 모아 그림, 새터
● 도서관
데이비드 스몰 그림·사라 스튜어트 글. 시공사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은 어디일까. 산제비가 비둘기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시청, 병원, 법원, 교회, 은행, 술집 등을 꼽는 비둘기들에게 제비가 데려간 곳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낡고, 작은 책으로 가득 찬 건물이다. 그것은 중요한 건물이 아니라는 비둘기에게 제비는 소리친다. 그냥 책으로 채워진 건물이 아니라 도서관, 그것도 모든 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립도서관이라고. 거기선 세상의 모든 지식과 비밀을 찾을 수 있고 기적도 일어난다고.
제비가 말하는 기적이란 책을 통해 과거의 천재들의 머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보는 것은 물론 고대 그리스의 아름다운 시를 읽을 수도 있고 위대한 과학자의 지식도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은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마을의 무법자 고양이도 친구로 만들어주었다. 고양이의 특성과 고양이 나라의 전설까지 아는 제비에 깜짝 놀란 고양이는 글을 모르는 자기 대신 발에 난 뾰루지 치료법을 책에서 찾아 읽어주는 제비 옆에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는 아이처럼 조용히 앉아 있다. 그 모습을 본 비둘기들은 마침내 도서관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도서관은 눈에 보이는 이익을 내지 못해서인지 종종 존폐의 기로에 선다.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 은 제비와 비둘기, 고양이와 그의 친구들이 도서관을 축소하려는 시장과 그 무리들을 설득해 도서관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그런데 시립도서관은 누가 설립하고 운영할까. 당연히 시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개인이 기부하기도 한다. '도서관' 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살던 집과 모든 책을 마을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기부하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공공도서관이 발달한 나라다. 물론 정부가 설립하고 운영하지만 초창기에는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가 내놓은 건축비로 1881∼1917년 미국 1,946개를 포함해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에 모두 2,811개의 도서관이 지어졌다. 지금은 그 중 극소수만 카네기재단 기금으로 운영되고 대부분은 시립 공공도서관의 모태가 됐다.
며칠 전 신문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추억하기 위해 서대문 구립도서관 건립에 50억원을 기부한 중소기업가 아버지의 기사를 보며 카네기의 기부가 생각 나 도서관을 다룬 책과 함께 그 내용을 소개해보았다. 카네기는 그가 기부한 도서관에 자신의 이름보다는 도서관 출입문 위에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과 함께 창세기의 '빛이 있으라' 라는 구절을 써넣기를 원했다고 한다. 시민 생활의 빛과 같은 존재가 되는 공공도서관에 기업의 기부금이 답지하는 날을 고대해 본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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