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오래간만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경기 하강 국면은 3·4분기를 바닥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고 박 승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가 수출 주도로 경기침체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어 "3·4분기는 물론 연간 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그러나 경제회복의 최대 암초인 소비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기만 할 뿐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최근 들어 다시 카드채 위기설이 증폭되고 신용불량자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은도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작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달 중 콜금리 목표를 현행(연 3.75%) 수준으로 동결했다.
경기회복 조짐 극도로 침체된 소비를 제외하곤 대부분 실물·심리 지표들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두 달째 사상 최대 행진을 기록한 수출이 경제회복을 이끄는 선봉에 서있고 미국의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비롯한 세계 경제 회복,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고도성장 지속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9월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 달보다 6.6%가 증가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평균 가동률도 8월에 비해 2.2%포인트가 높은 78.7%를 기록했다.
최근 전경련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102.8로 기준선인 100을 3개월 연속 넘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금융연구원도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경기의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소비가 최대 암초 경제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소비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9월중 대표적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액은 작년 9월에 비해 3.0%가 줄어 감소 폭이 8월의 2.6%보다 더욱 커지며 내리 7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태도지수는 4·4분기에 42.3으로 전분기에 비해 1.1포인트 하락, 지난해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기준치(50)를 밑돌며 2000년 4분기(41.2)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카드 빚, 주택담보대출 등 과도한 빚에 눌려 돈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는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경기 바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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