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상계 발행인이자 재야 지도자로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 장준하씨의 막내 아들 장호준(47·사진)씨가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요청으로 아버지의 의문사 규명을 위해 귀국했다. 장씨는 5일 아버지가 주검으로 발견된 경기 포천군 약사봉을 찾았다."작든 크든 사실관계 규명에 도움이 되려고 귀국했습니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는 곳이었지만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나더군요."
장준하씨가 사망한 75년 8월17일 당시 고교생이던 장씨는 낮 12시께 집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의문의 전화를 받았다. "장 선생이 많이 다치셔서 사람들이 와서 모시고 내려가야 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당시 포천경찰서 이모 순경과 함께 맨 먼저 아버지의 추락지점에 도착했다. 1기 의문사위는 장준하씨의 추락 직전 마지막 목격자라는 김모씨의 엇갈린 진술 때문에 그동안 정확한 추락지점을 확정하지 못했었다.
5일 의문사위 조사관들을 이끌고 가 약사봉 계곡 옆 벼랑 아래 추락지점을 찾아낸 장씨는 "그날 시신을 계곡 아래 큰 바위로 옮긴 뒤 주변을 촛불로 밝힌 채 밤을 새웠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장씨는 79년 중앙신학교에 입학, 아버지의 뒤를 이어 종교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89년 목사 안수를 받고 경기 이천교회 목사로 재직하다 98년부터 미국 코네티컷주 제일교회 담임 목사로 재직중이다. 그는 미국 교인 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선 후보 외교정책 모니터링, 북한 어린이 초청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씨는 "사춘기 때는 방황도 했지만 결국 민족을 위해 고민하셨던 아버지의 길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며 "개인 가족사가 아닌 한국 근대사의 일그러진 모습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28년 전 의문의 죽음은 꼭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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