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전엔 색깔이 예쁜 구두들을 막 신어보다가도 결국은 검정이나 갈색을 사갔잖아요. 그게 아무 옷에나 가장 무난하게 받쳐신을 수 있는 색이니까.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요. 정말 온몸을 검정색으로 도배를 하고도 신발은 꽃분홍색 구두를 신어요. 구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거죠." (구두점 수콤마보니 매니저 정은선)구두는 더 이상 신발이 아니다. 발이 편해야하는 것은 기본, 액세서리 역할을 못하면 구두가 아니다. 멋쟁이라면 구두 한 켤레도 무심하게 선택하지 않는다. 스카프와 색상을 맞추거나,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독특한 색상과 디자인을 고르거나, 최소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옷만 잘입어서 멋쟁이 소리를 듣기는 어려운 시대, 구두는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가장 위트있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올 겨울 구두 시장은 뾰족코(포인트 토)의 아성에 둥근코(라운드 토)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뾰족코는 지난 봄시즌부터 멋쟁이들의 발에 티눈을 만든 주범이지만 섹시하고 도도한 멋이 일품이다. 7∼9cm의 뾰족한 핀힐 혹은 콘힐에 발등을 가로지르는 밴드에 버클로 장식하거나 끈으로 묶거나(레이스 업 스타일) 스웨이드와 악어가죽 등 두가지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주목받는 디자인. 앞 코를 너무 길지않게, 삼각형의 꼭지점을 만들 듯 날렵하게 빼야 제 맛을 낸다.
둥근코는 사랑스러운 복고무드를 타고 새로 트렌드의 중심권에 들어섰다. 보통은 앞코가 둥글면 소녀풍의 발레리나 슈즈처럼 굽도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올 겨울에는 복고바람으로 굽도 높아지고 한결 여성스럽고 성숙한 분위기로 나온다. 재클린 케네디 스타일의 말쑥한 정장차림 혹은 섹시한 원피스 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뾰족코와 둥근코의 시장쟁탈전은 겨울구두의 대명사인 부츠에서도 두드러진다. 다소 짧은 듯하고 콧봉이 도톰한 둥근코는 캐주얼한 분위기로 통굽 스타일로 나오는 반면 날렵한 뾰족코는 부츠에도 아찔하게 가늘고 높은 핀힐을 단 채로 많이 출시됐다. 부츠의 경우 미니스커트의 유행으로 다리에 착 달라붙는 날렵한 롱부츠 형태가 인기를 끌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발목 전체에 주름을 잡아 흘러내리는 듯한 시각효과를 낸 일명 번들부츠(루즈핏)도 주목받는다.
소재와 색상, 장식에 있어서의 대세는 복고무드. 금강 디자인실 강주원 실장은 "40∼60년대 복고풍의 영향으로 우아한 주름장식과 레이스업장식을 곁들인 제품들이 많이 등장했다"며 "핫트렌드로 떠오르고있는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앤매치하는 것도 복고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무광타입의 양가죽이나 송치, 각선미를 강조하기위해 스판처리된 스웨이드 등이 주류다. 독특한 프린트의 뱀피도 희소성 때문에 인기.
검정 계열 일색이던 색상도 베이지와 짙은 초콜릿색 같은 기본형은 물론 핑크, 퍼플, 연두색 등으로 화려해졌다. 에스콰이어 홍보실 정세진씨는 "구두에 패션성이 강조되면서 색상도 한층 다양하고 화려해지는추세"라며 "특히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겨울철에도 화려한 색상의 구두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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