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30]대학조차 사교육 열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30]대학조차 사교육 열병

입력
2003.11.07 00:00
0 0

수능시험을 끝낸 고3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거리로 나서는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TV 카메라가 서울 대학로에서 삼삼오오 어울려 환하게 웃는 수험생들을 보여주었는데, 나의 수험생 시절이 떠올라 눈을 떼기 힘들었다. 고3 수험생 시절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학벌 중시 사회에 사는 학생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잘 가르친다는 입시 학원을 찾아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나 역시 이 땅의 고3 수험생들과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고 대학에 들어오면 이런 지출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했다는 즐거움도 잠시, 이번에는 취업 전쟁이 신입생인 나에게도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외국어 학원과 각종 고시 학원 광고지가 '조기 마감이 예상되니 등록을 서두르라'고 나를 충동질한다. 일찌감치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는 고시 학원에 다니느라 아예 학교를 휴학했다. 입시 학원에 들어가는 비용이 외국어, 고시 학원 수강료로 대체됐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가히 교육열 높은 나라의 명성을 입증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대학생들이 준비하는 각종 시험은 무언가를 많이 외워야만 좋은 성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고3 수능 시험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주입식 공부만을 강요 당한 우리는 대학에 들어와 어려움을 겪는다. 리포트를 제대로 쓰지 못해 인터넷에서 짜깁기해 제출하는 동료들도 많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를 따진다면 인간은 영원히 컴퓨터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외우는 공부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

대학에 입학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친구를 얼마 전 만났다. 그는 학생 개개인의 차별화된 능력을 존중하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 만족해 했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골고루 경험한 그는 "교육 개방이 이뤄지면 한국의 일부 명문 대학들도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이 같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이 땅의 젊은이들은 대학에 들어와도 외우고 또 외워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모든 사람에겐 나름의 개성이 있고 잘 하는 것도 다르다. 얼마나 많이 외우느냐는 개인으로 볼 때 일부의 능력에 불과하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학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혁해줄 것을 당국에 당부한다.

손 민 경 연세대 인문계열1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