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愛知)현 미나미지다쵸(南知多町)의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구릉에 한국과 일본의 화합을 위한 불사(佛事)가 일어나고 있다. 식민지 시절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왔다가 숨져 조국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의 각 사찰에 흩어져 있는 무연고 한국인 유골을 모시기 위한 '화쟁사(和諍寺)' 건립운동이다.지난 4월6일 기공식을 갖고 현재 대웅전 공사가 한창인 화쟁사 건립은 가토 미쓰오(加藤三雄·62), 마사오(正生·56) 형제가 사재를 털어 3,000여 평의 땅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1987년 작고한 형제의 아버지 가토 다다시(加藤正)씨의 유업이기도 하다. 1945년 일제 패망 당시 중국 동북부에서 관동군 장교로 근무하던 그는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철수하던 중 원산 부근에서 병으로 쓰러졌다가 한국인 농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일본에 돌아와 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한국인 무연고 유골이 5만여 기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 아파 하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보은을 위한 사찰 건립을 아들 형제에게 유언으로 남겼다.
형제는 모든 자재를 한국에서 들여와 완전한 한국식 천도사찰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재일동포 문화인, 한일 불교계 인사들의 자문을 구한 끝에 한국 불교의 핵심인 원효의 화쟁사상에서 절 이름도 따왔다. 모든 갈등을 조화시킨다는 화쟁사상을 살려 한국과 일본의 불행한 역사를 화합으로 승화시키자는 취지다.
화쟁사 건립운동에 감복한 한국 최초의 목조각 분야 인간문화재인 목아(木芽) 박찬수(朴贊守·55)씨가 10월26∼11월6일 나고야(名古屋) 야외민족박물관 '리틀 월드'의 전시회에 출품했던 불상을 기증했다. 또 한국의 대표적 전통 기와·벽돌 미술가인 김영림(金永琳·64)씨가 기와 한 장을 3,000엔에 구입하는 후원자의 이름을 새긴 기와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가토 형제는 "아버지가 살아남은 것은 한국 사람 덕분이고, 그 덕에 우리도 태어날 수 있었다"며 "화쟁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좀더 친해지고 소통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이 우리가 은혜를 갚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화쟁사건립추진위원회 연락처는 일본 0567-46-0717.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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