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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예산국회" 전념이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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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예산국회" 전념이 개혁이다

입력
200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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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은 신당출범,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대선자금 수사 등의 문제로 사활을 걸고 투쟁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요 며칠 사이 분위기가 돌변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참여정부 출범이후 줄기차게 내걸었던 정치개혁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해 단숨에 이룰 듯이 나서고 있어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그것이 여야 간에 정략적인 여론환기용 담합이 아니라면 일단 환영할 일이지만, 지금은 무엇보다도 '예산국회'가 되어야 한다. 장구한 세월 미뤄온 정치개혁 논의를 한 달 더 늦춰 12월 임시국회에서 다룬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있을까.지난 9월1일 개회된 100일간의 정기국회는 세 가지 중요한 업무를 부여 받고 희망차게 출발하였으나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감시하는 '정책국감'이 아닌 '부실국감'으로 막을 내렸다. 또한 대정부 질문은 국가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그야말로 일방적 공세로 끝났다.

이제 남은 마지막 임무는 117조 5,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다.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정국의 소요와 격변으로 인해 국민의 관심에서도 멀찌감치 밀려나 또다시 '졸속처리'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에 특히 '예산국회'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최근의 어지러운 정국과 정치권 개편으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졸속으로 흐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차제에 예산안 심의가 해마다 졸속이 되는 요인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문제는 예산안 심의의 중요성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 부족에 있다. 그래서 예산안을 다른 정치적 쟁점과 결부시켜 처리를 지연하고 결과적으로 준비를 소홀히 하게 된다. 특히 16대 국회에서는 법정기한인 12월2일과 정기국회를 넘겨 임시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는 파행이 두 차례나 벌어졌다.

둘째, 정치권의 정쟁이 실질적인 심사시간의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일반적으로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이후에 예산안 심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심의기간이 60일이지만 실제로는 한 달 남짓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정쟁으로 소모된다. 예년의 경우 소관상임위 예비심사는 평균 3일, 예결위 종합심사는 평균 8∼10일, 예산안조정소위 심사는 평균 4∼5일에 불과했다. 방대한 정부예산안을 심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셋째, 계수조정권을 행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의 권한남용이 심각하다. 정부안은 물론이고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전혀 논의된 바가 없는 신규사업이 타당성과 지방비 확보 여부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동료의원과 지역구를 위한 선심용 '끼워넣기', 정당간 담합을 통한 '나눠먹기'등의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다. 국회법 제57조 5항의 단서조항, 즉 소위의결에 따라 회의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요지만 기록할 수 있다는 규정이 악용되어 제 멋대로인 것이다.

넷째, 예결위의 전문성 부족도 큰 문제다. 국회의원 3명중 1명이 한 해에 3번이나 상임위를 변경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예결위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고 대다수를 초·재선의원으로 배치하는 것도 전문성 부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예산안에 대한 최종심의권을 국회에 둔 것은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국민의 주권의사를 확인하고 예산안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한 다양한 국민의견 수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기국회 마지막 중요한 업무인 예산안 심의에 집중하여 국회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 종 빈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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