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해임에 이어 5일 국가비상사태 선포로까지 번진 스리랑카 위기의 배경에는 이 나라의 고질인 타밀 반군 문제를 둘러싼 대통령―총리 간의 권력다툼이 자리하고 있다고 6일 BBC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스리랑카 대통령은 라닐 위크레메싱헤 총리의 외국 방문을 틈타 4일 "타밀 반군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며 국방, 내무, 공보 장관을 해임하고 의회를 휴회시킨 데 이어 5일 주요 기관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통신은 비상사태가 시행된 6일 수도 콜롬보 시내는 비교적 평온했으나 경찰 경비가 부쩍 강화됐다고 전했다.
스리랑카의 헌법은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형태로 의회는 내각 구성권과 대통령 탄핵권을, 대통령은 각료해임권과 의회해산권, 비상사태 선포권을 갖는다.
오랜 정적 관계인 쿠마라퉁가 대통령(1999년 재선)과 위크레메싱헤 총리는 2001년 12월 총선에서 위크레메싱헤 총리가 이끄는 통합국민당(UNP)이 승리하면서 동거정부(cohabitation)를 구성했지만 타밀 반군과의 내전종식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이견으로 갈등을 겪어 왔다. 외신들은 타밀 반군의 테러로 한쪽 눈까지 실명할 만큼 평소 강경 대응을 고집해 온 쿠마라퉁가 대통령이 '타밀과의 평화공존'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위크레메싱헤 총리의 대 반군 유화책에 불만을 느껴오다 이번 사태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쿠마라퉁가는 4일 각료 해임 후 "반군과의 협상은 계속하겠지만 국가의 주권은 타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위크레메싱헤 총리는 5일 "스리랑카는 지난 25년간 이 같은 부침을 겪어왔다"며 "7일 귀국하면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태를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는 84년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해온 반군단체인 '타밀 엘람해방호랑이(LTTE)'와 정부간 내전으로 6만 5,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2월 정부―반군간 휴전 협정이 체결돼 일단 총성은 멈췄으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