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거나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지만 ‘그래, 그렇지’라며 마냥 맘 편하게 먹기엔 삶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삶은 선택이고 결단이라고 했던가. 사랑, 출세, 축재, 우정, 건강, 심지어 가족관계에 이르기까지 인생사 전체가 끊임없는 갈림길에서의 선택이다. 그래서 안락하고 편안한 삶은 희망일 뿐이다. 덜 불안한 삶이 있을 뿐….수능시험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입시의 계절이 시작되고, 몇 달 후 있을 총선으로 나라 전체가 부산하다. 경기 침체로 ‘젊은 백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와중에도 강남특구엔 돈과 권력이 넘쳐나고, 이런 나라가 싫다며 너도나도 해외로 뜨려고 눈에 불을 켠다. 그저 가만히 있어도 왠지 손해보는 것 같고, 그래서 스트레스와 불안이 가중되는 지금 점집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속이 답답해서, 결혼을 앞두고 좋은 날을 받으려고, 새로 만난 연인과 궁합이 궁금해서, 좋은 직장을 고르고 싶어서…. 점집 혹은 역술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연은 저마다 각각일 터이다. 인간은 한치 앞 미래도 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 많은 이들은 앞날의 비밀이 담긴 상자를 열어 인생의 해답을 얻어보려는 듯 역술가 앞에 온갖 사연을 조잘조잘 털어 놓는다.
점을 통해 얻게된 운이 맞는지 틀리는지, 또 역술가의 처방이 효험이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은 없다. 확실한 것은 한바탕 고민거리를 털어놓은 후 신상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린다는 것이다.
붙나 떨어지거나 머물거나 떠나거나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뭐든지 빨리 결판내라고 강요 하는 정신 없는 세상, 점집 문턱을 넘는 이들의 발길을 따라 세태탐험을 떠나보자.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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