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많이 죽이고 싶었다. 너무 많은 여자를 살해해 사건들을 똑바로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난 목을 조르는 일에 정말 능숙했다."5일 미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의 킹 카운티 법정에 선 개리 리지웨이(54)는 검사측에 의해 낭독된 자백을 통해 범죄 사실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1982년부터 98년까지 살해한 여성이 모두 48명. 미국 연쇄 살인 범죄 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다. 리지웨이가 검사측의 공소사실에 차례차례 분명하게 "예"라고 대답하는 순간, 방청석에 있던 희생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첫 희생자가 발견된 강의 이름을 따 그린 리버(Green River) 사건으로 명명된 이 연쇄 살인은 82년 시애틀에서 시작됐다. 84년까지 일대에서 매춘부나 가출소녀들을 노린 비슷한 수법의 살인이 계속됐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리지웨이는 84년 처음으로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는 불충분했고 수사관들의 심증에도 불구하고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해 유유히 경찰서를 걸어나갔다.
그러나 DNA 기술 발달에 힘을 얻은 수사진은 87년 채취해 놓았던 리지웨이의 타액과 희생자 몸에서 나온 DNA를 비교함으로써 2001년 11월 결국 그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20년 가까이 수사당국을 악몽에 몰아넣었던 범인이 잡혔지만 경찰이 가진 증거는 수십 건 중 7건에 불과했다. 희생자의 유해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들의 입장과 대다수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는다는 점을 고민한 수사 당국은 리지웨이와 올해 6월 '유죄 답변 거래(Plea Bargain)'를 진행했다. 리지웨이는 사형을 피하기 위해 검찰이 제시한 49건의 살인 사건 목록 중 42건과 추가로 6건의 사건까지 자백했다. 6개월 뒤 법원은 그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럭 도장공이었던 리지웨이는 세 번 결혼해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매춘부로 생각한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성 관계를 맺은 뒤 목을 졸라 살해했던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매춘부들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잠을 잔 대가로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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