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강한 근로자가 업무 부진에 괴로워하다 상사로부터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심까지 받자 결백을 호소하며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6일 서울 S호텔 전 관리과장 박모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박씨는 지난해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S호텔 3층 사우나를 개조해 객실을 증축하는 공사의 감독 책임을 맡게 됐다. 평소 성취욕과 책임감이 강하고 완벽한 일처리로 인정받던 박씨는 새벽에 출근, 밤늦게 퇴근하며 공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자신이 계약한 인테리어 업체가 공사대금을 올려달라며 공사를 지체, 월드컵 개최전 완공이 어려워지자 박씨는 자신의 돈을 업체에 빌려주면서까지 사정을 했으나 완공예정일까지 공정률은 35%에 그쳤다. 게다가 호텔 회장은 "공사 지연으로 손해보면 책임지라"며 질책하고 심지어 "인테리어 업체와 짜고 뒷돈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까지 했다. 이에 낙담한 박씨는 결국 지난해 5월 부인에게 '꿋꿋이 잘 살라'는 편지와 호텔 회장에게 결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남긴 뒤 호텔 8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재판부는 "선정 업체에 이용만 당하고 회장의 의심이나 받게 됐다는 좌절감 속에서 2억5,000만원에 이르는 손배 책임에 대한 불안감,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등이 더해져 자살에 이른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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