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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SBS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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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SBS "진실게임"

입력
200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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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진실게임'(금 오후 7시5분·사진)을 보면 제작진이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찌나 사람 마음을 잘 가지고 노는지 볼 때마다 매번 속게 되니 말이다. 사람들은 '오늘은 맞히고야 말겠다'며 TV 앞에 앉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되면 또 속고 말았음을 알게 된다. 출연자들 가운데서 제작진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진짜, 혹은 가짜를 골라내는 이 간단한(?) 게임은 그렇게 200회를 넘기며 장수 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전문연기자 뺨치는 '가짜'들의 능청스런 연기나 정답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교묘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MC 유재석의 진행 솜씨는 얄밉다 못해 화가 날 정도로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면 다음 회 예고편을 보며 다음 주에는 꼭 맞히겠다며 다시 전의를 불태우고, 또 다시 바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그러나 사실 '진실게임'은 정답 맞히기가 제일 중요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물론 정답을 맞히기까지 제작진과 시청자가 벌이는 심리전이나 정답을 공개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그렇게 열중할 수 있는 것은 '진실게임'의 소재들이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진짜 동안(童顔)이냐, 누가 진짜 학원강사냐는 식의, 어찌 보면 '문제 같지 않은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소재는 늘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우리는 그들의 사는 얘기를 들으며 신기해 하거나 공감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TV의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진실게임'에는 보통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진실게임'이 아니라면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20대인데도 초등학생 같은 얼굴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댈 수 있을까.

2년 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일 오전 10시50분)는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세 가지 이야기 중 하나는 가짜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계속 이어지는 기이한 인연 끝에 결혼한 남녀, 혹은 마을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마을 사람들 전체가 합심해 유명한 총잡이의 전설을 조작했다는 이야기 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특이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일을 겪는 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느새 이야기 속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이야기면 사실이기를, 나쁜 이야기면 거짓이기를 바라게 된다. 실제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동 한 그릇을 일본에서 러시아로 배달한 요리사 이야기가 '가짜'로 판명되자, MC들이 제작진에게 "잔인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결합한 아이디어가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들을 사랑받게 만든 힘이 아닐까. 오락 프로그램이라 해서 귀가 번쩍 뜨이는 톱스타가 출연할 필요도, 공익성 운운하며 어줍지 않은 교양을 덧칠 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때론 감동적일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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