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월간의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베일을 벗은 근정전(勤政殿·국보 제223호)이 경복궁 일대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앞으로는 광화문, 뒤로는 북악을 두고 단아하게 들어앉은 근정전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것 같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는 12일 준공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되는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正殿)으로 조선조 궁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대표적 건축물이다. 근정전 복원으로도 이만한 효과가 있다면 2009년 경복궁 권역 복원공사가 끝나면 경복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경복궁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이 함께 있는데다 청와대, 전통문화의 거리로 자리잡은 인사동, 미술관들이 모여있는 삼청동, 서울의 중심인 세종로 등과 연결돼 우리나라 문화의 숨결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관광 중심이다. 이런 경복궁이 휴일이면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는다. 수학여행시기와 겹치는 관광시즌은 물론, 비시즌에도 경복궁 주위는 관광버스로 장사진을 이룬다. 버스 운전사와 관광안내원은 서로 위치를 확인하느라 휴대폰과 씨름하고 관광객들은 짜증어린 얼굴로 타고 온 버스를 찾아 헤매는 소동이 벌어진다.
■ 경복궁 내 지상주차장엔 버스와 승용차 합쳐 50여대, 승용차 전용인 지하 1·2층 주차장엔 200여대를 소화할 수 있다. 밀려드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를 수용하기엔 태부족이다. 관광시즌에는 내방차량의 4분의 1도 소화하지 못하고 비시즌 평일에도 절반밖에 주차시키지 못한다. 궁여지책으로 조계사, 서대문, 사직공원 부근 대로변에 임시 주차하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이런 공간마저 구하지 못한 관광버스는 하릴없이 도심을 돌아다니다 시간에 맞춰 돌아와야 한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 주차문제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준다면 국가적인 낭비다. 파리 로마 런던 등 훌륭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도시들이 널찍한 주차공간을 확보,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것을 보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도 어느 행사에서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5대 문화산업강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문화산업강국의 길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관광부와 서울시가 머리를 맞대고 경복궁 인근에 관광객을 위한 대형 주차장을 마련하는 방안부터 찾아내야 한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